전자파 측정, 사드기지 마을 온종일 '긴장감'…미군 사과에 싸늘(종합2보)
"뒤늦은 사과 진정성 없다"…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등 반대 피켓시위
주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반대"…김천혁신도시 전자파 측정 주민 집회 속 취소
(성주=연합뉴스) 박순기 김준범 기자 = 정부가 12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내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한 가운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은 온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주민 5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국방부와 환경부가 진행하는 전자파·소음 측정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걱정했다.
전자파 측정 참관단이 군용 헬기로 이동함에 따라 육로를 차단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삼삼오오 모여 사드 발사대의 추가배치 등을 두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사드반대 6개 단체 대표들이 긴급 대책회의에서 토머스 밴달 주한 미 8군 사령관의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마을 분위기가 갑자기 경직되는 듯했다.
단체 대표 등이 기자회견에서 "밴달 사령관의 때늦은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발표하자 모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밴달 사령관이 사드 기지에서 주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주민과 단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성리 마을회관에 모인 한 주민은 "주민 입장에서는 미군 사령관의 뒤늦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는데 4개월이 지나서 전자파 측정을 하는 날에 사과한다는 게 진정성이 있냐"고 반문하며 "의도적인 사과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강현욱 대변인은 "당초 밴달 사령관의 사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가 대책회의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사과 내용을 보면 일종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밴달 사령관은 지난 4월 26일 사드배치 때 마을회관을 지나던 한 미군이 영상을 촬영하며 웃어 주민 반발을 산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주민과 단체 회원 등은 전자파를 측정하는 사드 기지 입구 진밭교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및 사드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불법이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과 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미 군 당국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일정을 짰다. 따라서 미군의 사과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식적인 요식행위임을 분명히 하며 다시 한 번 사드를 철수하고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출범한 원불교 결사대인 사무여한단은 이날 출동하지 않았다.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등 긴급상황에만 운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4시 40분 김천 혁신도시에서 진행하려던 전자파 측정은 취소됐다.
국방부는 "김천 혁신도시에서 전자파 안전성 여부를 측정하려고 했지만 사드반대 단체와 시민의 반대가 있어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역민이 전자파 측정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김천시민 70여명은 전자파 측정을 하려던 김천 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 정문 앞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중단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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