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2연패' 스히퍼르스 "비결은 즐겁게 뛰는 것"
여자 200m 최강자 입지 굳혀…200m 2연패 한 첫 백인 스프린터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여자 100m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하지만 200m는 다프너 스히퍼르스(25·네덜란드)가 평정하는 분위기다.
스히퍼르스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200m 결승에서 20초05로 우승했다.
2015년 베이징 대회에 이은 여자 200m 2연패다.
스히퍼르스는 경기 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인터뷰에서 "이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만큼 노력했고 행복한 결과를 얻었다. 세계선수권 2연패는 내게 정말 특별한 의미"라며 "2연패 비결은 이 종목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출발선 앞에서는 긴장했지만, 즐겁게 뛰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스히퍼르스는 멀린 오티(1993·1995년, 당시 자메이카), 앨리슨 필릭스(2005·2007·2009,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선수권 여자 200m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떠올랐다.
오티와 필릭스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14개를 딴 전설적인 선수다. 둘은 모두 흑인 스프린터다.
스히퍼르스가 등장하기 전, 세계선수권 여자 200m는 미국과 자메이카 흑인 선수들이 양분했다. 두 나라는 올해 16회를 맞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200m에서 4차례씩 우승했다.
1∼3회 대회에서 독일(구 동독 포함)이 금메달을 차지하고 2003년 파리 대회에서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카파친스카야가 '깜짝' 우승을 달성했을 뿐, 여자 200m는 미국·자메이카의 흑인 선수가 지배했다.
스히퍼르스는 백인 선수다. 더구나 스히퍼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단거리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단거리 약소국' 네덜란드 출신이다.
2013년까지는 단거리 전문 선수도 아니었다.
스히퍼르스가 처음 국제대회에 이름을 알린 건 단거리가 아닌 7종경기였다.
스히퍼르스는 2010년 캐나다 멍크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여자 7종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7종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스히퍼르스에게 단거리는 '부업'이었다.
하지만 무릎에 부담을 느낀 스히퍼르스가 2014년부터 단거리에 주력하면서 여자 육상 판도가 바뀌었다.
특히 200m에서 강했다.
2013년까지 22초60도 넘어서지 못했던 스히퍼르스는 2014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 200m 결승에서 22초03의 네덜란드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1초63으로 기록을 더 단축하며 우승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00m 결승을 치르며 당한 허벅지 부상 후유증으로 200m 은메달(21초88)에 그친 스히퍼르스는 런던에서 아쉬움을 털어냈다.
180㎝의 장신인 시퍼스는 7종경기로 다진 탄탄한 근육을 사용해 달릴수록 속도를 높였다.
세계 육상은 탁월한 신체 조건을 지닌 백인 스프린터 스히퍼르스의 엄청난 속도에 주목한다.
"단거리에서 백인이 흑인을 넘어설 수 없다"는 편견도 스히퍼르스가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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