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조사중 안방그룹, 이번엔 美노조 "지배구조 공개하라"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자금조달 의구심 커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회장 구금설' 등으로 곤욕을 치른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이번에는 미국에서 사들인 호텔의 노조가 "지배구조를 공개하라"며 펼치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천 명 이상의 노조원을 거느린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는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안방보험의 지배구조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유나이트 히어 대변인은 "우리 노조원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안방그룹은 다른 호텔 소유주와 달리 극히 비밀스러운 지배구조로 되어 있어, 호텔 소유 목적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노조원은 안방그룹이 사들인 웨스틴 샌프란시스코 호텔, 로우스 산타모니카 호텔, 페어몬트 시카고 호텔 등의 종업원들이다.
이번 청원은 중국 보험 당국이 최근 안방그룹을 상대로 '해외 자산을 처분한 뒤 수익을 본국으로 가져오라'고 요청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안방그룹은 뉴욕 맨해튼의 명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등 해외 부동산과 기업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렸으나, 이 과정에서 국부 유출 논란이 일면서 지난달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
우 회장은 당시 구금설이 불거지면서 개인적 사유를 들어 사임한 상태다.
안방보험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끊임없는 언론의 추측 보도를 낳으며 의구심만 키우는 상황이다.
안방보험은 우 회장이 2004년 설립했을 때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보험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외손녀 덩줘루이(鄧卓芮)와 결혼한 우 회장의 정치적 인맥 등에 힘입어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1조6천억 위안(약 273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 3대 보험사로 성장했다.
한때 덩줘루이와 중국 공산당 혁명원로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 등이 주주 명부에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빠지고, 평범한 서민에 불과한 우 회장의 친인척과 지인 수십 명이 명부에 올랐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중국 정부는 '태자당(太子黨)'으로도 불리는 혁명원로 가족과 얽힌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함께, 안방보험의 자금조달에 문제점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보험상품을 팔아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 뒤, 이러한 자금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무려 100억 달러가 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예컨대 2014년에는 5.8%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판매해 전년의 40배에 이르는 보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중국 금융당국은 안방보험과 첸하이(前海)생명보험 등이 판매한 이러한 고수익 단기 투자상품을 '부적절한 혁신'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현재 중국 보험업계에서는 아시아 최대 손해보험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그룹 왕인청(王銀成) 회장, 화샤(華夏)생명보험 대주주인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 푸더(富德)생명보험 창립자 장쥔(張俊) 등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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