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 北 도발에 외교안보 험난한 시험
공백 깨고 정상외교 정상화…'베를린 구상' 한반도 평화 비전 제시
北 도발과 무호응에 '한반도 운전자론' 흔들…中·日 관계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과 극단적인 북미 간 대치 심화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석달 전보다 한층 더 엄중해진 상황이다.
북핵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도발에 맞설 억지력을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꽉 막힌 남북협력의 문도 다시 열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외교적 환경은 열악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일본과의 문제,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 등 모든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짧은 시간안에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졌고,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와 잇단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1년 가까이 중단됐던 정상외교를 재가동하면서 '외교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다.
특히 취임 후 첫 정상외교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 지지'라는 문구를 공동 성명에 담아 북한 및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7월 초 독일 방문 당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리겠다는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물려받은 외교유산 자체가 워낙 엉망이어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짧은 시간 내에 정상외교를 통해 외교적으로 우리 위상을 회복하고 평화기조를 확립하는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과 무호응으로 남북관계는 좀처럼 복원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특히 7월 4일과 28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또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로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도발을 이어갔다.
결국 북한의 잇단 ICBM급 미사일 도발에 국제사회는 석탄 및 수산물의 전면 수출금지와 노동자 추가 파견 금지 등 더 강해진 제재를 내놓았고, 이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괌 포격사격' 위협까지 이어가는 강대강 충돌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 구상'이 시동도 걸기 전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우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운전자론' 역시 자칫 공허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정세 전환을 위해 마땅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는 다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과는 위안부합의 문제를 둘러싼 평행선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출범 100일간 험난한 시기를 지나온 우리 외교안보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서 문재인 정부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현재는 상황관리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 가겠다는 평화비전을 명확히 하고 미국, 중국,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대화가 여의치 않으면 물밑 교섭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소통하고 무조건 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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