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야권 유력 총리후보 아들 세무조사 논란
나집정권 견제설…마하티르 前총리 추문제기에다 혈통까지 트집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국세청이 야권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의 세 아들이 운영하는 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세청은 지난 8일 마하티르 전 총리의 장남 미르잔(58)이 운영하는 벤처 캐피털 업체 크레센트 캐피털과 차남 모흐자니(55)가 대표로 있는 끈짜나 캐피털을 압수수색 했다.
집권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서 작년 축출된 막내 아들 무흐리즈(53)가 설립한 광학 기업 옵콤 홀딩스도 같은 날 세무당국의 방문을 받고 일부 서류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야권연합 희망연대(PH) 의장으로 선출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야권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와중에 이뤄졌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여당은 한때 말레이시아의 산업화를 이끈 국부(國父)로 추앙됐던 마하티르 전 총리의 정계복귀와 야권 합류를 강하게 견제해 왔다.
지난달에는 마하티르 전 총리 집권기인 1990년대 초 발생한 말레이시아 중앙 은행(BNM)의 대규모 외환 스캔들에 대한 조사위원회가 20여 년 만에 설립됐으며, 이달 초에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축출할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지 경찰이 그를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일이 있었다.
심지어 여권 일각에선 마하티르 전 총리의 혈통에 인도계가 섞여 있어 순수한 말레이계로 볼 수 없다는 등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인종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여권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중순께 치러질 차기 총선을 앞두고 유력 야권주자에 대한 흠집내기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UMNO와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을 이끄는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15년 나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다.
나집 총리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말레이시아 검찰도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기부금이라고 판정하고 수사를 종결했지만,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과 스위스 등은 국제 공조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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