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신 감시카메라 감상?…"中에선 누구나 '빅브러더'"
실시간 감시영상 민간으로 확산…"타인 일상 즐겨보다 당국 감시에 무뎌져"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국에서는 유튜브는 볼 수 없어도 타인의 사생활은 원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모양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네티즌 7억5천100만명이 당국의 통제로 유튜브 시청은 제한되지만, 감시카메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일상은 온종일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WSJ은 서구 사회에서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거나 무용 학원에서 춤을 배우고 백화점에서 속옷을 고르는 등 개인의 일상이 감시카메라에 고스란히 촬영되고 이를 제3자가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감시가 일상적으로 용인되는 중국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 360'이 운영하는 슈에디나 다른 보안업체가 운영하는 이지비즈 등의 사이트에서는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 수천 개가 촬영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온종일 들여다볼 수 있다.
베이징에서 인기를 끈 한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어느 건물 로비에서 근무하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하는데 이 여성이 수시로 코를 후비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WSJ는 서구 사회에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동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감시카메라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사생활 침해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중국의 유명 현대 미술가 쉬빙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감시카메라 영상 7천여 시간분을 뒤져 이를 엮어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쉬빙은 감시카메라 영상을 이용해 농장에서 일하는 한 젊은 여성과 농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담당하는 기술자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감시카메라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됐다"며 "감시(라는 행위)와 사람들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전문가들은 감시카메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CCTV를 반대하는 영국 시민단체 '노 CCTV'(No CCTV)의 찰스 패리어는 이런 사이트들은 일반인이 타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을 일상화함으로써 "경찰과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용인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사회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일부 학생들이 강의실을 촬영한 감시카메라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제한 없이 공개되는 데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해당 업체가 감시카메라에 촬영 중이라는 안내문을 비치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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