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불교도 주의' 유엔, 로힝야족 지원 산하기구 등에 경계령

입력 2017-08-11 11:15
'성난 불교도 주의' 유엔, 로힝야족 지원 산하기구 등에 경계령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로힝야족 지원활동을 하는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 구호단체 등에 '불교도 경계령'이 내려졌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엔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근무하는 300여 명의 산하 기구 직원들과 국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엔은 로힝야족 지원활동에 불만을 품은 불교도들이 구호단체를 찾아와 폭력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급진주의자들이 유엔과 국제구호단체의 로힝야족 민간인 지원활동을 로힝야족 무장세력 지원으로 간주하고 적대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SNS 등을 통해 유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반(反) 유엔, 반(反) NGO 정서를 자극해 적대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루머와 거짓 정보가 계속 동원될 것"이라며 "신변안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는 110만 명 가량의 로힝야족들이 살고 있지만, 정식 국민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 무슬림과 불교도 간의 유혈 폭력사태가 벌어진 이후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을 수용소에 가두고 기본권을 박탈했다. 이 가운데 12만명 가량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용소에 갇혀 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마웅토에서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경비초소를 급습해 경찰관 9명이 숨지자, 미얀마군과 경찰은 일대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한 채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다.

유엔과 구호단체 등은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을 자행하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유엔이 구성한 국제조사단 활동도 거부하고 있다.

불교도들은 이양희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의 최근 현장방문 당시에도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불교도들은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가 소수종교와의 갈등을 조장해온 극우불교단체의 활동을 금지시키자 대정부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에는 라카인주 주도 시트웨에서 불교도들이 경찰 보호 아래 시장에 온 7명의 로힝야족 남성들을 집단공격해 일부가 사망했고, 이달 초에는 산악 지대에서 로힝야족 반군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불교도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두 종교집단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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