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최정 "한마음으로 세계 최강 페어 될게요"

입력 2017-08-11 08:58
박정환·최정 "한마음으로 세계 최강 페어 될게요"

세계페어바둑 최강위전 출전



(도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동심(同心).

최근 한국기원이 출시한 박정환 9단 휘호 부채에 적힌 말이다.

역경(易經)의 '이인동심 기리단금 동심지언 기취여란(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에서 인용한 말로,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니 그 날카로움이 쇠도 자를 수 있고,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로움이 난초와도 같다'는 의미다.

두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바둑과 뜻이 잘 맞는다며 박정환 9단이 직접 선택한 말이다.

박정환 9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이 말에 어울리는 대회에 출전한다.

오는 12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세루리안타워 도큐 호텔에서 개막하는 '세계페어바둑 최강위전 2017'이다.

바둑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페어바둑은 남녀가 짝을 이뤄 둔다.

흑 팀의 여성이 가장 먼저 착수하고, 백번 여성, 흑번 남성, 백번 남성 순으로 돌을 둔다.

이때 같은 팀의 대국자는 착수 이외의 방법으로 자신의 의도를 짝꿍에게 설명할 수 없다. 오직 바둑판 위의 돌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한국 바둑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은 국내랭킹 48위로 여성 기사 1위인 최정 7단과 마음을 맞춘다.

10일 도쿄에 입성한 박정환 9단과 최정 7단은 "올해는 꼭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지난해 '페어바둑 월드컵 2016 도쿄' 대회에도 출전했으나 준결승에서 중국 커제 9단-위즈잉 5단 팀에 패해 3위를 차지했다.

박정환 9단이 "작년에는 제가 잘 못 해서 진 것 같다. 많이 아쉬웠다"고 말하자, 최정 7단은 "제가 더 못한 것 같다"며 서로 자신의 탓이라는 책임 공방을 벌였다.

대회 관건은 역시 팀워크다.

박정환 9단은 "파트너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제가 최정 선수의 수를 이해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정 7단은 "제가 박정환 9단의 수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 제 수를 박정환 9단이 잘 읽을 수 있게 쉽고 편하게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서로 '동심'을 강조한 둘은 이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작년 월드컵 우승팀인 중국의 커제 9단-위즈잉 5단이 자국 대회 일정상 불참하기 때문인데, 최정 7단은 "올해는 중국팀이 안 나오니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셰이민 6단과 하네 나오키 9단-후지사와 리나 3단, 대만의 천스위안 9단-헤이자자 7단이 박정환 9단-최정 7단과 겨룬다.

박정환 9단은 "모두 강한 팀인 것 같다.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최정 7단은 "일본은 페어바둑이 워낙 활성화돼 있어서 연습량에서는 일본이 앞설 것이다"라면서도 "파트너가 워낙 든든하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늘 겸손한 박정환 9단도 일본에서는 '기분 좋은 기억'이 많다며 미소를 짓는다.

박정환 9단은 지난 3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대회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에서 박정환 9단은 일본의 바둑 인공지능 '딥젠고'도 꺾었다.

그는 2011년 후지쓰배에서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박정환 9단은 "일본에서 좋은 성적이 많이 나왔다"며 기대했다. 그는 현재 정식 대국 1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개인 최고 랭킹(48위)에 오르며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 최정 7단도 "페어바둑은 혼자 대국할 때보다 좀 더 즐길 수 있어서 재밌다"며 여유를 갖췄다.

이 대회는 11일에는 조 추첨과 기자회견, 전야제가 열리고, 12일부터 이틀간 4팀이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 상금은 1천만 엔(약 1억200만원)이다.

우승팀은 오는 10월 세계페어바둑 최강위결정전에서 중국의 커제 9단-위즈잉 5단과 마스터 대결을 벌인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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