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이변의 주인공' 터키 굴리예프 "나 자신을 믿었다"

입력 2017-08-11 07:25
'200m 이변의 주인공' 터키 굴리예프 "나 자신을 믿었다"

터키 육상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남자 첫 메달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나 터키 귀화…양국 간 분쟁 일기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무도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지만, 라밀 굴리예프(27·터키)는 자신을 믿었다.

강한 신념은 터키 육상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신화로 이어졌다.

굴리예프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09로 우승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남자 200m를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와 아이작 마칼라(31·보츠와나)의 2파전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건, 굴리예프였다.

판니커르크는 20초11로 2위, 마칼라는 20초44로 6위에 머물렀다.

런던 세계선수권 남자 200m 결과를 전하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굴리예프는 경기 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AP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나는 이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큰 대회에서 한 번쯤 우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 목표를 이뤘을 뿐"이라며 "나 자신을 믿었다"고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판니커르크와 굴리예프의 격차는 불과 0.02초였다.



굴리예프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도 '내가 1위인가, 2위 혹은 3위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스프린터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정면을 보고 달린다. 오른쪽, 왼쪽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고 했다.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자리한 걸 확인한 굴리예프는 국기 두 개를 몸에 둘렀다.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어깨에 걸치고, 터키 국기를 활짝 폈다.

1990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태어난 굴리예프는 2009년 유럽 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0m 금메달, 100m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 등장하기 전, 터키로 국적을 바꿨다.

굴리예프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IAAF는 "굴리예프는 2014년까지 아제르바이잔 소속으로 국제 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제르바이잔은 굴리예프의 '귀화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굴리예프는 터키 육상의 지원을 받으며 훈련했고, 법적 분쟁을 통해 2012년 7월부터 터키 국가대표로 나섰다.

굴리예프는 자신에게 공을 들인 터키 육상에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과 남자 선수 첫 메달을 선사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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