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굴리예프, 판니커르크 제치고 200m 우승…20초09
22년 만에 200m·400m 석권 노렸던 판니커르크는 0.02초 차 2위
노로 바이러스 논란 끝에 결승 합류한 마칼라는 6위로 부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라밀 굴리예프(27·터키)가 이변을 일으키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정상에 올랐다.
1995년 마이클 존슨(미국) 이후 22년 만에 남자 200m·400m 석권을 노렸던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는 굴리예프에 0.02초 차 뒤져 2위에 그쳤다.
굴리예프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09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판니커르크는 20초11로 2위, 판니커르크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20초11의 같은 기록을 낸 제림 리처즈(23·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사진 판독 결과 3위로 밀렸다.
접전의 끝은 대이변이었다.
9일 400m 우승을 차지한 판니커르크가 직선 주로에 진입하며 선두로 나섰고, 결승선 30m까지 가장 빨리 달렸다.
그러나 굴리예프의 막판 스퍼트가 대단했다.
굴리예프는 판니커르크, 리처즈와 혈전을 벌인 끝에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에 도달했다.
식중독으로 200m 예선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예외를 인정해 극적으로 200m 결승에 나선 200m 시즌 1위(19초77) 아이작 마칼라(31·보츠와나)는 20초44의 부진으로 6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무서운 10대 사니 브라운 압델 하키무(18)는 20초63으로 7위에 그쳤다.
전문가 중 굴리예프를 200m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없었다.
굴리예프는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달고 참가한 2009년 유럽 주니어육상선수권 남자 200m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터키로 국적을 바꾼 뒤 등장한 성인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판니커르크와 '막판 스퍼트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며 터키 육상 사상 최초로 200m에서 메달을 따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과 자메이카 태생이 아닌 선수가 남자 200m 우승을 차지한 건, 2001년 에드먼턴 대회 콘스탄티누스 켄테리스(그리스) 이후 16년 만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났지만, 2011년 터키 국적을 획득한 굴리예프는 두 국가의 국기를 모두 몸에 두르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는 이번 대회 2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대회까지 남자 200m 4연패를 달성했다.
'포스트 볼트'로 주목받았던 판니커르크는 400m와 200m를 거의 동시에 치르느라 체력을 소진한 탓에 200m 결승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인 19초84보다 한참 느린 20초11로 레이스를 마쳤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