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기심의 미덕·담론과 진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짜우포충 지음. 남혜선 옮김.
'중국의 깨어 있는 지성'으로 불리는 정치철학자 짜우포충(周保松) 홍콩 중문대 교수가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쓴 정치 교양서.
2014년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으나, 중국에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저자는 "자유롭고 평등한 모든 시민은 국가에 공정한 대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명제 아래 정치가 도덕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린 도덕적 판단을 허위적인 이데올로기나 특정 문화 안에서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평등한 시민이 자유롭고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진지해지고 정치에 고집스럽게 매달릴 때 세계는 더 공정하고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20여 년간 중국에서 이어진 좌우 논쟁에 대한 의견도 밝힌다. 그는 "자유와 평등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라며 좌파는 결과의 평등, 우파는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식으로 이념을 도식화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더퀘스트. 400쪽. 1만9천원.
▲ 이기심의 미덕 = 아인 랜드 지음. 정명진 옮김.
객관주의라는 철학 체계를 개발한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이기심을 옹호한 책. 부를 생산하는 실업가나 돈을 빼앗은 강도를 똑같이 악(惡)으로 규정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그는 먼저 이기심에서 도덕적 편견을 걷어내자고 제안한다. 이기심의 정의를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마음'에서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반대로 이타주의를 향해서는 반감을 드러낸다. 다른 사람을 위한 행위는 무엇이든 선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는 무조건 나쁘다는 관념이 과연 합당한 생각인지 묻는다.
저자는 특정 행위의 수혜자는 언제나 행위자 본인이 돼야 하고, 사람은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기심을 공격하는 것은 인간의 자존감을 공격하는 것이며, 이기심을 포기하는 것은 곧 자존감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서는 1964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출판사 측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설명했다.
부글북스. 314쪽. 1만5천원.
▲ 담론과 진실 = 미셸 푸코 지음. 심세광·전혜리 옮김.
철학자 미셸 푸코가 1982년 5월 프랑스 그르노블대와 1983년 10∼1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한 강연의 원고를 모았다.
부제인 '파레시아'(Parresia)는 고대 그리스어로, 푸코의 후기 사상에서 핵심이 되는 용어로 꼽힌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나 '비판적 태도' 정도로 해석된다.
저자는 파레시아라는 개념이 고대 역사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분석한 뒤 민주주의에서 파레시아가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실천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자들은 해제에서 "파레시아는 발언일 수도 있고 침묵일 수도 있지만,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행위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며 "푸코는 파레시아의 강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했다"고 적었다.
동녘. 40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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