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그린벨트서 골재 업체들 불법행위…눈 감은 지자체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불법 골재 업체들이 자갈과 모래 등을 생산하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고양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업체들의 불법행위 등 주민들의 민원에 적극 단속에 나서야 할 시와 구청은 뭉그적거리다 민원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단속에 나서는 등 '봐주기 의혹'마저 사고 있다.
11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덕양구 화전동과 강매동, 도내동 창릉천 주변에는 4곳의 골재 업체가 있다.
서울이 가까워 레미콘 업체들도 밀집해 있다.
한강과 이어지는 창릉천 주변은 값싼 원석인 마사돌과 풍화암을 구하기 쉬워 골재공장이 자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곳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업체들은 고양시나 덕양구청으로부터 골재공장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덕양구청으로부터 '건축자재 야적장'으로 토지사용 허가를 받아 불법으로 수억원의 파쇄 설비 등을 갖추고 외부에서 들여온 원석을 선별 파쇄해 모래 생산 등 불법행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소형 파쇄기를 원석과 원석 사이에 숨겨놓거나 펜스를 높게 설치한 뒤 가림막으로 가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방법도 교묘하다.
이렇게 생산된 모레 등은 인근 레미콘 공장과 도로공사 현장에 납품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 일부 주민들은 2015년 중반부터 불법 영업과 소음, 분진 등의 문제로 덕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몇 달씩 지속된 민원에 구청은 지난해 1월 A 업체를 단속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같은 해 10월 허가 취소와 함께 1억960여만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경찰 고발조처를 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다른 업체에 대한 지속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와 구청의 적극적인 단속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주민 일부는 국무총리실에 직접 민원을 냈고, 그제야 고양시와 덕양구는 현장 확인 조사를 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덕양구는 같은 해 10월 불법 골재를 생산한 B 업체를 적발하고 946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11월 경찰에 고발했다.
주민 이모 씨는 "당시 시에 민원을 제기해도 단속이 없다, 국무총리실에 민원을 제기하니 그제야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지역에 여러 업체를 조사해 달라고 했지만, 시는 위반 업체 한 곳만 적발해 '봐주기 식 단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구청의 행정처분과 경찰 고발까지 당한 업체들은 불법으로 설치해 놓은 중장비를 해체한 뒤 사진을 찍어 위반을 하지 않겠다고 구청에 알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업체의 불법행위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현재까지 고양시와 덕양구청이 이들 업체에 대한 불법행위 적발은 전혀 없다. 현장을 잠시만 살피면 크기가 큰 파쇄기 등은 발견할 수 있고, 주민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건만 애써 눈 감고 있는 양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외부에서 들여온 원석을 모래와 자갈로 만드는 과정 중 파쇄기로 잘게 부순 뒤 '필터 프레스'라는 기계를 통해 흙과 미세한 가루는 폐기물로 처리하고 순수한 모래만 레미콘 업체에 공급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전혀 없다"면서 "이들로부터 재료를 받는 레미콘 업체들도 불량레미콘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벨트 지역에서는 허가받은 용도 외에는 각종 개발행위가 이뤄질 수 없다. 이들 업체는 지자체의 단속을 피해 야간이나 이른 아침 등 수시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고양시가 이들 업체의 문제점을 바로 인식해 제대로 된 단속과 강력한 행정처분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단속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위반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당장 현장 확인 등을 거쳐 위반 행위 등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