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광혐오증' 확산에 여행객 단속 시작됐다

입력 2017-08-10 16:59
유럽 '관광혐오증' 확산에 여행객 단속 시작됐다

무허가 숙박업 단속…관광객 유입량 통제 시도

거리음주·셀카봉 등 규제에 '방탕한 행동' 벌금까지

(서울=연합뉴스) = 유럽 주요 도시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주민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관광산업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각국이 앞다퉈 관광객들을 통제할 대책에 들어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관광 혐오증(tourism-phobia)이 가장 뚜렷한 곳은 작년에 관광객 7천560여만명이 찾은 스페인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객의 고삐 풀린 증가, 에어비앤비 확산에 따른 기존 숙박업계 불황 등과 더불어 긴장이 높아졌다.

급기야 최근에는 극좌정당인 민중연합후보(CUP)의 청년조직 '아란'이 임대 자전거와 관광버스 타이어를 터뜨리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아란의 한 대변인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관광 행태 때문에 사람들이 이웃에서 쫓겨나고 환경이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들을 극단주의자들로 묘사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페인 마요르카, 산세바스티안에서도 관광에 반대하는 행진이 오는 17일 예정됐다.

이 시기는 마침 스페인 바스크 문화의 주요 축제인 '세마나 그란데'와 겹치는 까닭에 마찰이 우려된다.

남유럽 곳곳에서도 항의시위가 이어져 왔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주민 2천명이 대형 유람선 관광 때문에 주택 임대료가 치솟고 환경이 망가진다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한해에 2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베네치아의 주민은 고작 5만5천명 정도다.

탈렙 리파이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관광을 향한 반감은 진지하게 해결돼야 할 심각한 문제"라며 "올바로 운영되면 관광은 자연보호와 보존, 지역 공동체에 최고의 친구"라고 말했다.

리파이 총장은 "부실운영 때문에 관광 자체를 포기해선 안된다"며 "관광이 방문객과 주인에게 함께 풍성한 경험이 되려면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정책, 관습, 중앙·지방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UNWTO는 여행 목적지에서 군중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제어할 방안을 제시했다.





중심 관광지를 넘어 주변 다른 곳까지 여행하기, 여행활동을 다양화하기, 특정 계절에 집중하지 않기, 지역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등이 그 대안이다.

덩컨 매캔 뉴이코노믹스재단 연구원은 관광 혐오증의 원인이 에어비앤비의 증가, 짧은 도심여행 추세, 도심여행에 집중하는 대형 유람선의 등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유럽 각 도시는 이미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바르셀로나는 올해 초 무면허 에어비앤비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고 단속인원도 두 배로 늘렸다.

베네치아에서는 도심에 새 여행자 숙박시설을 짓는 것을 금지하고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 수를 세어 과밀화를 방지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들의 반사회적 행동을 단속하고 있다.

로마의 예를 들면 도시 분수대에서 먹거나 배를 타는 행위, 밤에 거리에서 음주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밀라노 다르세나 지구에서는 여름철에 푸드 트럭부터 셀카봉까지 다양한 활동이 제한된다.

유람선의 경유지인 크로아티아 드브로브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을에 오는 관광객의 수를 제어하려고 카메라로 집계를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당은 흐바르 섬에서는 방탕한 행동을 하는 관광객들에게 거액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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