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3구 봉환…광복절에 추모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일본 국평사(國平寺)에 봉안된 조선인 징용 희생자의 유해 33구가 국내로 돌아왔다.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위원회'(대회장 김영주 목사·이하 유해봉환위)는 10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6일 김포공항을 통해 돌아온 유해를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에 임시로 안치했다고 밝혔다.
국평사에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선조 300여 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이번에는 신원이 확인된 101구 가운데 1차로 33구만 인계받은 것이다. 나머지 유해는 내년까지 차례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번에 봉환된 유골 중에는 사할린 탄광에서 일하다 일본에 자리잡은 무연고자 박성룡(1921∼2002) 씨도 포함돼 있다.
봉환 작업에 동참한 '재일동포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원하는 모임'의 미즈시리 후쿠코(水尻福子) 씨는 "병원에 입원한 박 할아버지를 알게 됐을 때 6년간 한 번도 목욕을 못 해 때로 얼룩져있더라. 수많은 재일동포 1세의 일생이 고난으로 가득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명복을 빌었다.
유해 가운데 북한 출신도 있는 것과 관련해선 "고향과 인연이 끊기고 일본에 설 자리도 없이 억울한 생을 겪었던 재일동포의 한을 풀려면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목사는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셨다"며 "해방을 맞이하고서도, 심지어 21세기가 되어서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해봉환위 상임위원장 무원 스님은 "이번 추모제를 통해 아픈 역사의 한이 풀리길 바란다"며 "종교지도자들이 나서서 남북이 하나로 뭉칠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해봉환위는 오는 15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광복 72주년 일제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7대 종교 수장이 참석한다. 33구의 유해는 추모제를 마친 뒤 서울시립 승화원에 영구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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