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해물질 중독 사망' 한국타이어 직원 유족에 배상"

입력 2017-08-10 15:19
법원 "'유해물질 중독 사망' 한국타이어 직원 유족에 배상"

"회사가 안전배려 의무 다하지 않았고 발병과 인과관계 인정…회사 책임 50%"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한국타이어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중독돼 사망한 직원 유가족에게 1억28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정재욱 판사는 10일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다 폐암이 발병해 사망한 안모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정 판사는 안씨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고 판단해 한국타이어가 안씨의 아내 오모씨에게 1천466만원을, 자녀 3명에게 각각 2천940만원을 지급하라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정 판사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마스크를 지급하고 냉각·배기장치 등을 설치한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름철 섭씨 40도가 넘는 환경에서 근로자들은 추가 근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다"며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행위만으로 안전배려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의 의무 미준수로 안씨가 폐암에 걸렸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했다.

정 판사는 "안씨는 15년 8개월 동안 가류공정 생산관리팀에서 근무하며 지속해서 (발암 물질에) 노출됐다"며 "역학보고서 등을 보면 가류공정에 근무한 안씨의 경우 많은 공해에 노출됐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 발병에 대한 객관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작업 환경을 폐암 발병 원인으로 봐야 한다"며 "안씨는 비흡연자이고 병력이나 가족력 등의 다른 질병과 관련된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기록에 의하면 안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며 "회사가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못해도 스스로 자기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점을 참작해 회사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1993년 12월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생산관리팀 등에서 일하다 2009년 9월 유해물질 중독으로 인한 폐암에 걸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후 안씨는 병세가 악화해 2015년 1월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은 "회사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등 안전 의무를 위반했다"며 2억8천여만원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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