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철퇴맞은 완다그룹, 해외자산도 팔아치우나
'자산 구조조정' 발표에 홍콩증시서 주식 거래정지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왕성한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중국 최대 부동산재벌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이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 국내는 물론 해외자산까지 팔아치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완다호텔디벨롭먼트는 "자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날 홍콩거래소에 자사 주식의 거래를 당분간 정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호주 언론인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 리뷰'의 보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신문은 완다그룹이 10억호주달러(약 9천억원)에 달하는 시드니의 아파트 및 호텔 사업과, 9억호주달러(약 8천100억원) 규모의 골드코스트 리조트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완다그룹은 즉각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는 올해 들어 완다그룹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는 강한 압박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완다그룹이 2012∼2016년 사이에 진행한 해외기업 인수 가운데 여섯 건이 당국의 투자규정을 위반했다며, 완다에 자금을 지원하지 말라고 국영 대형은행에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다그룹은 최근 수년간 미국 제2의 극장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유럽 최대 극장체인 오디언앤드UCI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업체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은행 자금줄의 고삐를 죄면서 완다그룹을 비롯한 상당수 재벌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해외 M&A가 과도한 자본 유출과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주시하는 기업은 완다를 비롯해 하이난(海南)항공그룹, 안방(安邦)그룹, 푸싱(復星)그룹, 저장(浙江)로소네리 그룹, 가전유통업체 쑤닝(蘇寧)그룹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다그룹도 이러한 당국의 시각 변화를 의식한 듯 최근 들어 자산 매각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총 11조원에 호텔 사업과 리조트·테마파크 사업을 각각 라이벌 부동산업체인 푸리(富力) 부동산과 수낙 차이나(Sunac China)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영화사업 부문 기업인 완다필름홀딩스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달 초부터 증시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다.
AMTD 증권의 킹스턴 린 킹햄은 "완다그룹은 이미 부채 상환을 위해 일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해외자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으로 인해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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