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유적지에 울리지 못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
축하음악회 가던 원광대 박홍배 교수 교통사고 사망
(익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 교수가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의 기념물 지정을 축하하는 시골음악회에 가던 중 교통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교수는 주민과 함께 동학농민군 지도자를 추모하는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를 부를 예정이었다.
지난 8일 오후 6시께 전북 김제시 금산면 낙수교차로 부근 도로에서 원광대 윤모(63) 교수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4.5t 트럭이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윤 교수와 뒷좌석에 탄 경영학과 박홍배(63) 교수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박 교수는 숨을 거뒀다.
고교·대학동창인 윤 교수와 박 교수는 당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 원평집강소를 찾아가던 길이었다.
원평집강소는 지난달 전라북도 기념물 (제137호)로 지정됐고, 김제동학동민혁명기념사업회는 사고 당일 오후 7시부터 주민음악회를 할 예정이었다.
원평집강소는 동학농민혁명(1894년) 당시 동학농민군이 조선정부와 맺은 전주화약에 따라 설치한 주민자치기구 중 하나다.
박 교수와 윤 교수 등은 원평집강소의 기념물 지정을 축하하는 음악회에 초청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원광대 평생교육원에서 '아름다운 가곡' 강좌를 듣는 박 교수는 동료 10여명과 동학농민군 지도자인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비롯해 가곡 '고향의 봄', '물망초' 등을 부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원평집강소에 울려 퍼지지 못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박 교수는 온화한 성품에 평소 어려운 사람과 농촌 주민을 위한 봉사에 열성적이었다"며 "부르지 못한 노래를 하늘에서 목놓아 부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익산시 동이리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11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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