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선결과 반발 시위 유혈충돌로 격화…최소 4명 사망(종합)

입력 2017-08-10 09:55
케냐 대선결과 반발 시위 유혈충돌로 격화…최소 4명 사망(종합)

야당 후보 "결과 조작됐다" vs 선관위 "시스템 철저…외부개입 없어"

국제사회, 충돌 자제 촉구…케리 전 美국무 "국민들에 신뢰 심어줘야"

(카이로 서울 =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수진 기자 = 케냐 경찰이 9일(현지시간) 대선 잠정 개표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지금까지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AP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냐 폭동 진압 경찰이 이날 수도 나이로비 빈민가인 마다레 지역에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

나이로비 지방경찰청장은 "이들이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로 경찰을 공격하려 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의 머리에서 총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날 개표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는 나이로비뿐만 아니라 야권 성향이 강한 남부 키시 카운티와 서부 키수무에서도 벌어져 사상자가 나왔다.

경찰은 키수무 지역에서 투표소를 공격하고 흉기를 휘둘러 1명을 다치게 한 무장괴한 2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나머지 일당을 쫓고 있다"면서 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지금까지 시위 과정에서 최소 3명이 경찰에 사살됐으며, 1명이 시위대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키수무 지역에서는 지금도 시위대 수백명이 폭동 진압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시위대는 타이어를 태우며 도로를 막아선 채 계속 항의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전국적으로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이날 오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762만 표(54.5%)를 얻어 624만 표(44.6%)에 그친 야권 후보 라일라 오딩가를 140만 표차로 앞서고 있다는 개표결과가 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 공개된 뒤 발생했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해커가 선관위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집계 결과를 조작했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50페이지 분량의 컴퓨터 로그 기록을 게재하면서 "케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오딩가 후보는 트위터에도 "득표수 810만표로 720만표를 얻은 케냐타 대통령을 앞섰다"며 야당연합 자체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치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에 에즈라 칠로바 케냐 선거관리위원장은 "우리 선거 관리 시스템은 철저하다"며 "투표 기간은 물론 전후에도 선거 시스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선거 참관인을 맡은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은 케냐 국민에게 전자 투표 시스템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충돌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케냐 지도부가 국민에게 이번 투표 과정이 주의 깊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유럽연합(EU)의 참관인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선거 과정에 불만족하더라도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논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은 공권력 남용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냐에서는 2007년 당시 대선이 끝나고서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천 100명이 숨지고 60여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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