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상 "기부활동 당분간 유예…꿈을 접지는 않겠다"

입력 2017-08-09 20:46
박철상 "기부활동 당분간 유예…꿈을 접지는 않겠다"

"기부문화 확산하려는 얘기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스스로 도취했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주식 투자로 수백억 자산을 일군 것으로 알려졌다가 사실과 달라 논란이 된 박철상(33)씨가 9일 "당분간 기부활동을 유예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제 한 몸 추스르고 반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기부를 향한 꿈은 절대 접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씨와 일문일답.

-- 논란 중심에 섰는데.

▲ SNS에서 이번 일이 시작되고 나서 며칠째 잠을 잘 못 잤다. 인터넷을 잘 안 본 상태에서 전화로 기자 질문에 대답한 게 자기변명밖에 안 되고 분위기를 악화시킨 것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를 열 몇 시간씩 받고 있다.

-- 언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 2013년 장학기금을 만들어 처음 언론에 보도될 때다. 200만원으로 수백억원을 만든 자산가라고 나간 게 이슈가 돼 급속도로 퍼졌다. 기자에게 항의해 그 기사는 정정했지만 잘못된 뉴스가 확산해 그때 꼬여 버렸다.

-- 인터뷰, 강연 등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을 텐데.

▲ 그게 잘못됐다는 걸 지금 깨닫는다. 처음 잘못된 언론 보도에 불편한 마음 때처럼 이후에도 대처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떠밀려와 버렸다.

-- 어떤 점을 반성하고 있나.

▲ 어떤 의도에서든 과정이 잘못됐으니 많은 분을 기만한 게 됐다. 수백억 자산가라 불리는 걸 수단으로 삼는다고 합리화하고 기부문화 확산하려는 제 얘기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하게 됐다. 절제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도취했다.

-- 명성을 개인적으로 활용한 적이 있는지.

▲ 그런 건 티끌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정당화할 순 없다.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처벌받진 않겠지만 실은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사회적 불구가 되고 세상이 큰 감옥이 돼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 기부금 24억여원 중 10억원은 본인 자산이 아니라고 했는데.

▲ 10억원은 뜻있는 분들이 투자를 통해 기부하라고 보내주신 돈과 수익을 합친 금액이다. 모두 7명이 동참했고, 불린 투자금을 제 명의로 기부하는 데 동의해주셨다. 법적 자문을 거쳐 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

-- 약정한 기부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 그동안 장학사업에 직접 다 관여했는데 지금은 제 한 몸 추스르고 반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유예하기로 했다. 얼마 전 경북대와 약정한 추가 장학기금(13억 5천만원)도 1∼2년 유예할 생각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약정 기간(5년)에 약속한 금액을 기부할 것이다. 학교에는 이미 그런 뜻을 전했고 다른 기부처에도 알릴 예정이다.

-- 알려진 것보다 투자원금이 적은데 기부 약정을 지킬 수 있나.

▲ 기존에 약정한 건은 기부액이 다 차가고 있어 현재 자산으로도 낼 수 있다. 지금까지 기부 약정을 어긴 일은 없다. 이번 경북대 장학금 추가 조성 건은 욕심을 부렸는데 다른 약정들이 끝나가니까 앞으로 수익을 내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기부를 지속할 것인가.

▲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받아야 할 벌을 늦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기부를 중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전에는 기부 자체뿐 아니라 기부문화 확산, 기부금 전달에도 역할을 했는데 이제 기부문화를 얘기할 자격은 없어졌다.

-- SNS에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이유는.

▲ 페이스북을 일이 터지기 전처럼 저를 걱정하는 사람들 공간으로 착각했다. 그분들께 남긴 글인데 많은 분이 들어와 볼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많은 분이 본다고 생각하고 보니 제가 봐도 뻔뻔해 보여 글을 내렸다.

-- 현재 심경과 하고 싶은 말은.

▲ 모든 분께 죄송하다. 백 퍼센트 제 잘못으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 일로 기부문화가 왜곡될까 봐 염려스럽고, 제 강연을 들어준 어린 학생이나 모교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줬을까 봐 걱정이다. 학생들이 저를 믿었을 텐데 배신감을 주고 사회에 불신감을 안겨준 게 아닌가 뼈아프게 후회한다.

ms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