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북 대치 위기 고조, 충돌은 막아야

입력 2017-08-09 18:25
[연합시론] 미·북 대치 위기 고조, 충돌은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말과 행동이 점점 더 거칠어지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9일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의 근거지인 괌에 대해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했다. 또 미국의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죽음의 백조'라는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8일 괌 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나온 성명이나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북한과 미국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서로 압박 강도를 높이며 '치킨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힌 괌 포위사격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리는 방식일 수 있다. 북한이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발진기지"로 지목해온 괌의 미군기지를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화성-12형은 지난 5월 고각 시험발사에서 최고고도 2천100㎞, 비행거리 780㎞를 기록했다.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3천500㎞가량 떨어진 괌은 사정권에 들어 북한의 위협을 '말 폭탄'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북한의 오판으로 실제로 괌 주변에 화성-12형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이를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사실상 눈앞에 닥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기밀보고서에서 북한이 ICBM에 장착할 수 있게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북한의 핵 ICBM은 현실이 되고 그 시점도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이 B-1B 랜서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고 군사적 옵션을 지속해서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켜 AP통신마저 대통령의 표현으로는 "역사상 유례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화법이겠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미국과 북한 모두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어 실제 전쟁까지 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에는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서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예측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달 말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이나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을 전후해 북한이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일 미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남한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군 총참모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국민이 동요하지 않게, 정부가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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