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세청 부동산투기 세무조사, 늦었지만 당연하다

입력 2017-08-09 20:02
[연합시론] 국세청 부동산투기 세무조사, 늦었지만 당연하다

(서울=연합뉴스) 국세청이 9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짙은 28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서울 전 지역(25개 구), 경기 7개 시(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 2), 세종, 부산 7곳(해운대, 연제, 동래, 부산진, 남, 수영, 기장) 등 청약조정대상 지역과 주택가격 급등지역 부동산 거래 과정을 분석해 탈루 혐의가 짙은 286명을 선별했다고 한다. 다주택 보유자 또는 30세 미만의 고가 주택 취득자로서 자금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시세보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적게 신고한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다. 이밖에 분양권 '다운계약'이나 불법 전매를 부채질한 중개업자, 고액 전세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사람 등도 세무조사 선상에 올랐다.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꾼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은 6·19, 8·2 두 차례의 부동산대책과 같은 선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서울 전 지역 등을 청약조정대상으로 묶고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6·19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을 골자로 한 8·2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선별적인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부동산투기 세력을 근절함으로써 정부 부동산대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혐의를 받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업체까지 들여다보는 고강도 기획조사다. 국세청도 이번 조치가 기획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기획조사 형태의 부동산 거래 세무조사는 최근에 없었다"면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기획조사를 더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대책의 하나로 국세청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서는 것은 12년 만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국세청은 8·31 부동산대책 발표 후 부동산투기 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과세 당국이 탈루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고유의 임무이며 당연하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서민 및 중산층과 청년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부동산투기 세력의 근절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탈세 유형을 보면 세무조사의 정당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27세의 취업준비생이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와 분양권을 취득하는가 하면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데 주택 3채를 보유하고도 모자라 강남 반포의 10억 상당 아파트를 추가로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모두 편법 증여로 추정된다. 이 밖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혁신도시에서 고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아파트를 12차례나 양도하고도 400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하거나, 프리미엄 시세가 4억 원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하고 양도차익이 없는 것으로 신고한 '다운계약'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조세 정의' 차원에서 관련 혐의자들의 탈루 세액을 철저히 추징해야 한다. 죄질이 무거운 사람은 형사고발 등 추가 조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가격 급등지역의 부동산 거래 동향을 상시로 관찰해 필요하면 추가로 기획조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의 대상자를 걸러내면서 '30세 미만'으로 국한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무당국이 부동산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 투기세력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투기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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