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30도까지 올라간 바닷물 기장 양식어민들 사투

입력 2017-08-09 16:26
수온 30도까지 올라간 바닷물 기장 양식어민들 사투

밤잠 못 자고 24시간 순찰…일주일간 1만8천 마리 폐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당연히 잠도 못 자면서 자식같이 키운 것들인데 너무 안타깝죠."



9일 낮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해안가에 있는 한 육상양식장에서 만난 어민 강모(70·여)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 육상양식장 24개 수조에는 넙치와 전복 등 10마리가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지난 3일부터 기장 앞바다 수온이 29도를 넘어 30도에 육박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밤잠을 설쳐가며 수온을 점검하고 산소를 공급했지만 지난 5일부터 넙치가 하얗게 배를 드러내고 죽기 시작했다.

이 양식장에서만 지금까지 폐사한 넙치가 5천 마리에 이른다.

이날은 단비가 내리면서 수온이 26∼27도까지 떨어지면서 한 시름을 놓았다.

고온현상 이후로 먹이 공급을 중단했으나 이날 거의 일주일 만에 먹이를 줬다고 한다.

15년째 이곳에서 양식업을 하는 강씨 부부는 지난 여름에도 이상고온 현상으로 양식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면서 손해를 입었다.

일광면 학리 해안가에 있는 다른 육상양식장에도 지난 7일부터 넙치가 죽어 나갔다.



냉동실의 문을 열자 죽은 넙치가 쌓여 있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보험회사에서 폐사한 물고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관하고 있다.

신모(64)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활어가격이 높고 석 달만 있으면 출하를 하는데 고수온 때문에 죽어가는 물고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고수온, 태풍, 적조 등이 발생하는 8월부터 9월까지가 고비인데 올해 잘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넙치 20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신씨는 "밤에 잠도 못 자고 가족들과 분담해 24시간 순찰을 하면서 바닷물 공급장치와 수온을 점검하고 있다"며 "보험에 가입해 일부 보상을 받지만 전체 피해 보상을 모두 받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육상양식장에서는 수조에 공급되는 바닷물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순환펌프가 고장이라도 날까 봐 어민이 24시간 곁에서 지키고 있었다.



고수온 현상은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장군에는 육상양식장 11곳에서 넙치, 강도다리, 전복 등 16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 8일까지 넙치와 강도다리 등 1만8천600마리가 폐사했고 피해 금액으로는 2천200만원에 이른다.

기장군은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양식장에 액화 산소를 지원하고 수온이 올라갈 때 먹이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하는 등 관리지침도 전달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고수온 현상으로 10만 마리가 넘는 물고기가 폐사했는데 올해는 일찍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고수온 현상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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