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 못가도 광복절엔 갑니다"…시골마을 특별한 체육대회
(해남=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해남군 화산면 주민들은 올해도 광복절을 손꼽는다.
광복의 기쁨과 고향의 정을 함께 나누는 광복 기념 면민 체육대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찜통더위 속에서도 매년 8월 15일이면 화산초등학교에 모여 면민의 날 기념식을 하고 체육대회를 연다.
체육대회는 해방 이듬해부터 면 체육회를 중심으로 마을별 축구대회를 열었던 데서 유래됐다.
광복의 기쁨도 나누고 주민들의 단합도 도모한 지역의 전통이 됐다.
6·25 전쟁 기간과 1968년 큰 가뭄이 들었던 때를 빼고는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에는 42개 마을에서 50여개 축구팀이 출전하기도 했다.
"명절 때는 고향에 못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향우들의 관심도 깊다.
지방자치가 태동하면서 지역 면민의 날을 4월 1일로 통일하면서 날짜가 바뀔 뻔하기도 했다.
전통을 고집한 면민과 향우의 반대로 주민 설문 조사까지 한 끝에 광복행사는 이어지고 있다.
면민과 향우들은 자발적으로 행사비를 보태고 준비에서 진행, 마을 잔치까지 주도하고 참여한다.
김동오(55) 화산면체육회 상임부회장은 9일 "지역 민간행사치고 이만큼 잘 이어지는 광복행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농촌 인구가 줄면서 체육대회 규모가 줄고 출전 선수들도 고령화됐지만, 여전히 우리 고장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화산면은 올해에도 오는 1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기념 화산면민의 날 행사와 체육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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