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화합·결속'…재일조선족 도쿄운동회에 2천명 참가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박영화 월드옥타 명예기자(도쿄) = "타향살이 설움도 먹고 사는 걱정도 다 내려놓고 맘껏 웃으며 푸근한 정을 나눴습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기타구의 도쿄조선중고급학교 운동장에서 '2017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가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운동회는 일본 각지에서 역대 최대 인원인 2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대회 운영을 총괄한 마홍철운동회집행위원장은 "재일조선족 최대의 축제로 스포츠를 통해 화합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다"며 "소수자로 살며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편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체육관 실내에서는 과자 따먹기 등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오락 경기와 12개 팀이 참여한 배구시합과 탁구 등이 열렸고, 운동장에서는 축구, 달리기 등 8개 육상 종목에서 개인·단체 시합이 벌어졌다.
운동장 한편에는 순대, 김치, 시루떡, 양 꼬치 등 고향 음식 부스가 마련돼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방학 기간이라 개인 시합에 참가한 어린이 선수만도 300여 명에 달했다. 올해 대회에는 오사카 등 관서지방의 배구팀이 첫 출전했고, 운동장 곳곳에는 요코하마·후쿠오카 등 지역별 단체 현수막이 내걸려 일본 사회 곳곳에 조선족이 뿌리내렸음을 알렸다.
행사 진행과 질서 유지에 앞장서고 행사 종료 후 주변 정돈과 청소까지 마다치 않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 활약 덕분에 대회는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마 위원장은 "학부모와 각 대학 학우회 등 젊은 세대가 봉사에 앞장서 재일 조선족 사회의 미래가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매년 운동회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참가자들이 많았고, 추석이나 단오 같은 명절에도 행사가 열리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구팀 선수로 뛰면서 자원봉사에도 앞장선 주정옥 씨는 "대회를 위해 매주 연습을 하면서 팀원끼리 결속을 다지게 된 게 제일 큰 수확"이라며 "내년에도 자원봉사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옌볜에서 온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운동장을 찾았다는 김옥선 씨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존재감도 없이 살았는데 힐링이 된 느낌"이라며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이번 대회는 재일조선족축구협회, 조선족연구학회, 세계한인무역협회 치바지회, 재일중국조선족경영자협회, 재일조선족여성회, 연변대학일본학우회, 장백산골프회, 천지회 등 8개 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했고,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매하구조중일본학우회·심목회 등 16개의 학우회·동호회가 준비와 진행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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