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염정아 "시나리오 읽고 모성애에 끌렸죠"

입력 2017-08-09 13:58
수정 2017-08-09 20:08
'장산범' 염정아 "시나리오 읽고 모성애에 끌렸죠"

'장화, 홍련' 이후 14년만에 스릴러 출연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화 '장화, 홍련'에서 독한 새엄마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염정아가 14년 만에 스릴러로 돌아왔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장산범'에 출연하는 염정아는 9일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화, 홍련'(2003)의 새엄마와 정반대로 이번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엄마 역할"이라며 "모성애에 이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염정아는 이번 작품에서 아들을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 희연 역을 맡았다. 아들을 잃고 장산에 내려가 살게 된 희연은 그곳에서 우연히 숲 속에서 헤매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딸과 이름과 목소리가 같은 소녀가 집에 찾아온 이후 희연의 가족은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허정 감독은 "염정아는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은 물론이고 정반대의 따뜻한 모성애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부터 그녀를 상상하고 썼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모성애에 끌렸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친 뒤에도 공포 때문이 아니라 모성애의 감정이 남아있어서 후유증을 겪었죠. 모성애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감정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공포영화와 달리 더 많은 층에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리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답게 '장산범'은 소리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한다. 시어머니 귀에는 죽은 언니의 목소리가, 희연에게는 잃어버린 아들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듣고 싶고, 그리워했던 소리지만 돌아보면 상상했던 소리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없다.

염정아는 "촬영을 마친 뒤 후시 녹음을 통해 소리를 입혔기 때문에 소리를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점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장화, 홍련'과 '장산범'으로 염정아에게는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지만, 정작 관객으로서 공포영화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제가 워낙 겁쟁이여서 공포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소리를 지르고 반은 눈을 감고 봐요. '장산범'도 제가 찍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서워서 소리 지르면서 봤어요. 그럼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보는 거랑 연기하는 것은 좀 다르더라고요.(웃음)"

그는 "연기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라며 "코미디가 나의 실제 성격과도 가장 잘 맞는다"고 말했다.

'장산범'은 한국 영화계에 보기 힘든 공포물이기도 하지만, 여배우를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염정아는 "지금 제작되는 영화 중에도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은 거의 없는 거로 알고 있다"며 "여배우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캐릭터 자체가 별로 없는 반면 남자 배우들은 차기작들이 두세 개씩 기다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991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이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해 온 염정아는 자신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장화, 홍련'을 꼽았다.

"20대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지 잘 몰랐어요.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을 만나서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배우가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구나' 조금씩 알아간 것 같습니다. 배우가 된 것에 회의가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계속 배우로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죠."

두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그는 "특히 요즘에는 경력이 단절돼서 다시 일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너무 많은데 '일하는 엄마'인 것이 너무 좋다"며 "주부의 역할 외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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