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대항마 고이케 신당, 실은 극우?…파시즘 연상 이름 논란
'일본퍼스트회'에 비판 여론…고이케 지사·측근 극우 행보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측근이 최근 발족한 단체의 이름을 놓고 고이케 지사가 극우 정당을 꿈꾸는 것 아니느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여당 자민당 출신으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를 도운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중의원은 지난 7일 정치단체 '일본퍼스트(우선)회'를 설립했다.
고이케 지사가 만들어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도민퍼스트(우선)회'가 도쿄 지방 정계의 지역 단체라면, '일본퍼스트회'는 향후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합류하고 고이케 지사 스스로도 참여하는 전국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이 정치단체의 이름을 두고 파시즘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는 '일본퍼스트회'라는 이름에 대해 '국내의 배외주의 단체 같다', '파시즘을 연상시킨다', '다양성과 공생이라는 개념과는 반대인 배타적인 명칭이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 단체가 '도민퍼스트회'의 전국판인 만큼 이름이 '국민퍼스트회'인 것이 타당하지만 왜 굳이 '일본퍼스트회'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대신 '일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극우 색깔이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와카사 의원은 "'국민퍼스트'라는 표현을 쓰는 다른 단체가 있어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일본퍼스트회는 정치단체의 이름일 뿐 신당의 명칭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시위) 문제에 정통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씨는 "헤이트스피치로 사회문제를 일으킨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전 재특회 회장이 만든 정치단체 '일본제일(第一)당'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게 특히 주목된다"며 "영어로 번역하면 'Japan First'가 되는 최악의 작명이다"고 비판했다.
다른 정치 저널리스트 가쿠타니 고이치(角谷浩一) 씨는 "'도쿄대개혁'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지를 모으긴 했지만 도민퍼스트회의 내실은 극히 보수적이다"라며 "보수적인 정책이 나오면 유권자 이탈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지 명칭일 뿐인데 이런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이케 지사와 측근들이 과거 보인 정치 행보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극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처럼 개헌에 찬성하고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한 또다른 극우 인사다.
개헌이 목적인 극우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적도 있고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극우 발언도 했었다. 도쿄도지사 취임 후에는 전임 지사의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했다.
고이케 지사의 측근으로 도민퍼스트회 대표를 맡고 있는 노다 가즈사(野田數) 씨 역시 2012년 "전쟁 전의 일본제국헌법과 과거의 황실전범(皇室典範·왕실 관련 내용을 규정한 법률)이 있는 만큼 현재의 헌법과 황실전범은 무효"라는 극우 발언을 한 바 있다.
한편 그동안 '일본퍼스트회'에 대한 언급을 삼갔던 고이케 지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선택지가 없어서 옮기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새 정당 결성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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