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파고 높아지는데…설 자리 좁은 한국

입력 2017-08-09 13:00
수정 2017-08-09 13:44
한반도 긴장 파고 높아지는데…설 자리 좁은 한국

북미 대립 악화 속 韓 역할 제한적…고민 더 깊어져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미국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고 북한이 괌 포위사격 검토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인 상황이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9일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 근거지인 괌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포위사격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북한의 추가 도발 동향 탐지에 부심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당국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대변인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작전 검토 같은) 그런 언급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북미 간 대립구도의 악화가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관계 복원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미국에서 '선제타격론'이나 '예방전쟁'이 거론되는 빈도가 늘어났지만, 일단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에 공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에 제안한 적십자회담과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 조치이자 긴장완화 조치"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남측의 회담 제의에 북측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지만, 북한의 ICBM급 2차 도발 이후로는 급속히 제재 강화 기조로 기운 상태다.

정부 내에서는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이런 현실에 대한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는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되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를 병행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한에 제시할 것은 제시했고 할 수 있는 것은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