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잭슨홀에서 달러 약세 뒤집힐까…'드라기의 입'에 촉각
지난해 옐런 발언으로 달러지수 19주 연속 랠리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이는 미국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달러화의 향배를 결정할 힌트가 나올지 외환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와이오밍 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시장에서 해마다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다. 지난해 회의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지수(DXY)가 19주 동안 랠리를 거듭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달러지수는 유로화를 포함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잭슨홀 미팅이 각별한 주목을 받는 것은 달러지수에 지난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계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차이점은 주목 대상이 옐런 의장이 아니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라는 사실이다. 그의 입에서 유로존의 양적 완화를 축소할 힌트가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양적 완화의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유로화의 랠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 11%나 상승했다.
달러지수에서 차지하는 유로화의 비중은 58%다. 유로화가 더욱 강세를 보인다면 달러지수에는 자연히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 4년 내 최고치인 104까지 상승했지만 지금은 93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랑이 식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내홍, 공화당과의 갈등, 민주당의 비타협 노선 때문에 재정적 경기 부양책과 세제 개혁을 처리할 능력이 훼손됐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정치 뉴스들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BYN 멜런의 사이먼 데릭은 시중의 화제가 온통 백악관의 내홍에 집중되는 상황에 이르고 외국이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달러지수는 80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지수가 하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로존 경제의 지표가 좋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도 2분기에 2.6%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를 기준으로 한 물가 상승률이 미약하다는 점에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7월 실업률이 16년만에 최저 수준을 가리킨 것은 호재였지만 달러화에는 일시적인 자극제였을 뿐이다. 이는 시장에서는 강력한 임금 상승률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달러화 강세를 초래했지만 완화 기조를 유지했던 ECB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는 것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게 된 배경을 이룬다.
애널리스트들은 만일 달러지수가 지난해 5월 기록한 직전 최저점인 91.9를 깨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수준에 접근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은 지수가 91.9를 밑돌면 달러화의 상승 흐름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더 큰 하락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스킨은 91.9 부근에서는 강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저항이 하락세를 멈추게 할지는 모르지만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인 회복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투자 심리가 달러화에 등을 돌린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잭슨홀 미팅이 이런 흐름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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