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보도국장, "그들은 진실 전하는 우릴 겁낸다"
폐쇄요구 국가들, "국민이 한가지 의견만 듣기 원해" 비판
"우린 복수 의견 전달, 진짜 언론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알자지라 방송 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진실을 전하는 알자지라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이 방송의 무스타파 스어그 보도국장 대리가 주장했다.
스어그 국장은 9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는 언제나 복수의 의견을 전문가와 일반 시민의 목소리로 전달해 왔다"면서 "알자지라 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오직 한가지 의견만 들려주고 싶어한다. 문제를 분명히 하는 정보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폐쇄요구를 강력히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알자지라가 "과격한 사상을 퍼뜨리고 있다"며 카타르에 이 방송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전 최고지도자로 2011년 미군에 의해 사살된 오사바 빈 라덴의 영상을 단독 보도하는 등 중동 테러조직과 전쟁에 관한 특종으로 유명해졌다.
사우디를 비롯한 4개국은 "알자지라가 과격파 조직과 지나치게 가깝다"고 비판해 왔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알자지라 방송 본사에서 이뤄졌다.
스어그 국장은 "알카에다가 테러조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라고 지적하고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조직 하마스를 미국 정부는 테러조직이라고 부르지만, 국제법에 비춰보면 불법 점령자에 대한 저항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알자지라는 광고수입을 올리지만, 예산의 대부분은 카타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타르 정부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송"이라는 비판도 많다.
스어그 국장은 "카타르 정부의 개입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일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을 구체적인 예로 들면서 "우리는 카타르 정부가 (반체제지지) 입장을 표명하기 전부터 알아사드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카타르에 돈을 벌러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인권단체 등이 비판하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는 이 문제를 수없이 보도했고 그 결과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주변국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 배제되고 정부계 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스어그 국장은 "문제는 그 나라가 전제정치인지 여부다. 전제국가에서는 진짜 미디어가 필요 없고 미디어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며 현재 상황에 위기감을 표명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UAE 등 수니 아랍권 국가들은 최근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를 통해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조건으로 알자지라 폐쇄를 포함, 카타르에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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