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김정남 암살로 北과 불편한 말레이에 "北기업 폐쇄 요구"

입력 2017-08-09 11:08
美국무,김정남 암살로 北과 불편한 말레이에 "北기업 폐쇄 요구"

"북한 정보 공유하자" 제안도…틸러슨, 동남아서 대북압박 행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잇달아 방문해 북한에 대한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9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전날 저녁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말레이시아 의회를 찾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면담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나집 총리와 틸러슨 장관이 양국 관계와 무역 현안, 역내 및 국내 문제와 관련한 공통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틸러슨 장관은 양국 정보당국의 북한 관련 정보 공유와 말레이시아 내 북한 기업의 폐쇄 등을 원한다는 의사를 나집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방콕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등을 만났을 때도 유사한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미국의 첫 최고위급 관리인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를 면담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이런 행보는 동남아 국가를 압박해 북한의 돈줄을 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 필요성 때문에라도 나집 총리와 자히드 부총리가 틸러슨 장관의 제안과 관련해 긍정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나집 총리가 연루된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로 갈등을 빚었으며, 말레이시아 일각에선 이로 인해 자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전통적 우호국이었지만, 올해 2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로 암살된 것을 계기로 관계가 크게 악화했다.

북한이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인질'로 삼으면서 양국 관계는 한때 단교 직전으로 치달았고, 이 여파로 1천여명에 이르렀던 말레이시아 내 북한인 근로자는 현재 98명으로 줄었다.

말레이시아는 억류된 자국민을 전원 귀환시키는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인 암살 용의자들을 북한에 넘기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후속조치 관련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등 북한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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