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에콰도르 전·현직 대통령 예산절감 두고 '불화'

입력 2017-08-09 06:04
'정권 재창출' 에콰도르 전·현직 대통령 예산절감 두고 '불화'

모레노 대통령 전용기 등 매각 방침…코레아 前대통령 "민중선동 행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정부 예산절감 방안을 놓고 에콰도르 전·현직 대통령 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엘 우니베르소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인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부 예산절감 방안에 대해 이견을 내놨다.

앞서 모레노 대통령은 최근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의 정부 예산 차이를 줄이기 위해 2대의 대통령 전용기 중 한대를 비롯해 고급 관용차들과 다른 정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상징적인 예산절감 방안은 민중을 선동하고 무능력을 보여주는 행위"라며 "10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본 유일한 고급 승용차는 모레노가 부통령 시절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비꼬았다.

코레아의 비판은 최근 불거진 집권 여당 내부의 균열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 4일 호르헤 글라스 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켰다.

표면적으로는 글라스 부통령이 연루된 부패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지만 모레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좌파 연정 세력을 공격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글라스 부통령의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에 치러진 대선에서 모레노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글라스는 코레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부통령으로 재직한 친 코레아 인사로 분류된다.

코레아는 지난 5월 중도 좌파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스 파이스) 소속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모레노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줬다.

모레노 대통령은 코레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2007∼2013년 부통령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코레아는 대선에서 모레노와 유세를 함께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강도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돼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레노 대통령은 코레아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는다.

코레아는 지난달 부인의 모국인 벨기에로 출국해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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