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서울대병원 3년] ③성명훈 원장 "한국의료 살 길은 세계화"

입력 2017-08-10 07:00
수정 2017-08-10 08:17
[UAE 서울대병원 3년] ③성명훈 원장 "한국의료 살 길은 세계화"

국위선양, 외화 창출에 큰 기여…'현지화'에 사업 성패 달려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외국에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어 대단히 기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진출 후 3년 동안 무사히 위탁 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서울대병원 의료진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차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성명훈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이하 UAE 왕립병원) 원장은 지난 3년을 회상하며 첫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성명훈 원장은 서울대병원이 외국 정부와 첫 대규모 위탁 운영 계약(5년간 1조원 규모)을 맺은 UAE 왕립병원을 안착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서울대병원은 2014년 8월 UAE 대통령실과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해외 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서울대병원이 과연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성 원장은 "사실 우리도 첫 시도이기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며 "그러나 UAE 정부가 한국 의료기관의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원했고, 실력만큼은 자신이 있었기에 금방 정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성 원장은 '현지인에게 선진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운영 방침을 세우고,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했다.

특히 한국과 달리 '초진 45분·재진 30분' 진료가 표준 시스템인 UAE 현지 사정에 맞춰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대한 상세히 증상을 설명하고, 이에 따른 치료 및 처방법을 제시했다.

또 영어가 서투른 현지인들을 위해 통역사를 배치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

그 결과,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UAE 왕립병원이 있는 라스 알카이마(Ras Al Khaimah) 지역뿐만 아니라 두바이, 아부다비와 같은 대도시에서 오는 환자도 늘어났다.

성 원장은 "UAE 왕립병원은 처음에는 주로 내국인을 치료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개원한 지 3년이 넘어가면서 외국인 환자도 차츰 늘고 있다. 이는 주변에 있는 다른 외국 의료기관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용병'(외국인 의사)에 의존하고 있는 UAE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17년 7월 기준으로 컨퍼런스 16회, 강연 프로그램 208회를 운영했다.

성 원장은 "특이하게도 UAE에는 UAE 국적을 가진 의사가 거의 없으며, 현재 UAE 왕립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UAE 국적 의사도 단 1명에 불과하다"며 "이들에게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실력을 쌓게 해주는 것도 현지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UAE 왕립병원은 최근 UAE 현지에 있는 한국인 교민을 위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진료 영역을 더 넓혀나가고 있다.

성 원장은 "암·뇌 신경·심장혈관 질환을 특화한 전문병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더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는 끝까지 책임진다'라는 목표를 내걸고 모든 의료진이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원장은 UAE 왕립병원과 같이 외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 의료기관이 계속 늘기 위해서는 '현지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원장은 "의료기관이 외국에 진출하려면 실력은 기본이고, 물류·언어소통·리더십·행정능력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적으로 잘 갖춰져야 한다"며 "의료는 국위선양과 외화 창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분야다. 현지 정부와 국민과 상호 교류를 바탕으로 현지화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서울대병원은 UAE 왕립병원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더 발굴해낼 계획"이라며 "과거에는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이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면 이제는 의료가 그 역할을 대신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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