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속지마" 올여름 한국 유일 공포영화 '장산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자녀를 뒀다면 길거리에서 들리는 "엄마" 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만약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면 더욱더 애타게 "엄마" 소리가 그리울 것이다.
올여름 극장가를 찾는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은 가장 익숙하면서 듣고 싶어하는 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리는, 전설 속의 괴수 장산범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희연(염정아)네 가족은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다.
그러나 집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집 근처 숲 속 동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끔찍한 시체가 발견된다. 그때 홀로 숲 속을 배회하는 어린 소녀도 나타난다.
희연의 배려로 집에 머물게 된 소녀는 희연의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등 수상쩍은 모습을 보인다. 소녀가 들어온 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남편이 차례로 사라지고, 희연은 실종된 가족을 찾아 소녀와 함께 숲 속 동굴로 향한다.
'소리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답게 '장산범'은 소리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한다.
시어머니 귀에는 죽은 언니의 목소리가, 희연에게는 잃어버린 아들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 너무나 듣고 싶고, 그리워했던 소리다. 하지만 돌아보면 상상했던 소리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없다. '장산범'은 청각과 시각의 불일치에서 오는 공포를 십분 이용한다. 특히 한 인물 혹은 괴수가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는 설정을 위해 일반 영화의 5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후시 녹음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렇다고 사운드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시각적 효과에도 신경을 썼다. 정체 모를 '그것'의 기괴하고 섬뜩한 이미지가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심장박동 수를 높인다.
다만 영화는 소재의 참신함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다.
한국의 무속 신앙과 좀비, 그리고 서양 공포영화의 클리셰가 결합해 낯익은 장면을 연출한다.
사운드와 시각적 이미지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기는 하지만, 서사 구조 자체는 촘촘하지 않고 늘어지는 편이다.
캐릭터의 행동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집 근처에서 끔찍한 시체가 발견됐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지내는 부부의 모습이나, 숲 속 외딴 큰 집에 어린 딸을 홀로 두고 남편을 찾으러 나선 희연의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공포스릴러물로 돌아온 염정아가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의 애끊는 심정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영화 '덕혜옹주'와 '국제시장' 등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신린아는 낯선 소녀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연출은 2013년 미스터리 스릴러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동원했던 허정 감독이 맡았다. 8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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