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는 가라"…40도 육박 밀양 영남루 바닥도 '뜨끈뜨끈'

입력 2017-08-08 15:40
수정 2019-03-11 16:55
"대프리카는 가라"…40도 육박 밀양 영남루 바닥도 '뜨끈뜨끈'

천황·재약산 등 해발1천m 산으로 싸인 분지…"얼음골·표충사 계곡 등은 시원"

(밀양=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에서 어떻게 견디시느냐"는 질문에 손정태(71) 밀양문화원장이 한 말이다.



밀양 토박이인 그는 올여름이 "더워도 너무 덥다"고 했다.

손 원장은 "쇠뿔도 뽑을 기세인 무더위에 해질 때까지는 밖에 나갈 엄두를 못내 사무실에 스스로 갇혀 지낸다"고 말했다.

전국이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는 요즘, 그중에서 가장 더운 곳이 경남 밀양시다.

폭염 경보가 발령 중인 밀양시는 8월 들어 낮 최고 기온이 39도까지 올랐다.

'대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더웠던 대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8월 들어 밀양시는 '화로(火爐) 속 도시'로 불릴만하다.

지난 1일 35.8도로 시작한 낮 최고 기온이 슬금슬금 올라 4일 37.3도, 5일 38.4도, 6일 39도, 7일 38.5까지 상승했다.

8일은 구름 낀 날씨 때문에 낮 최고기온이 35.9도에 그쳐 40도에 육박했던 며칠 전보다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그래도 이날 낮 둘러본 밀양시내에서 행인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낮 무더위를 피해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길거리에서 사람 구경을 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눈에 띄는 사람들도 대부분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쓴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뜨거운 뙤약볕에 달궈진 밀양 도심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랭이가 피어 올랐다.

밀양시내 커피점에서 만난 한 시민 역시 "대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요즘 밀양이 너무 뜨겁다"고 말했다.

밀양에서 제일 규모가 큰 시장인 내일동 밀양전통시장도 한산했다.

오래된 선풍기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채소를 다듬던 정규선(68) 할머니는 "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이번 여름이 제일 견디기 힘든 거 같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 할머니는 "대형마트 때문에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날씨마저 안 도와주니…"라고 힘겨워했다.

상인들이 조금이라도 기온을 낮춰보려고 바닥에 연신 물을 뿌려댔지만 금세 말라버렸다.



비슷한 시각 밀양시내 주택가에 있는 무더위쉼터(경로당)에는 할머니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무더위를 피해 낮 동안 에어컨을 켜는 경로당으로 피신을 온 것이다.

손쾌조(85) 할머니는 "집이 너무 더워 아침 10시쯤 경로당에 나와 저녁 7시쯤 집에 간다"고 말했다.

밀양강변이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영남루는 사방이 트여있고 강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히려는 밀양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영남루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요 며칠새 영남루 나무 바닥이 뜨끈뜨끈할 정도로 날씨가 불덩이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밀양이 유독 다른 곳보다 더운 까닭은 뭘까.

김태희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 주무관은 산지로 사방이 둘러싸인 밀양시 지형을 원인으로 꼽았다.

천황산, 재약산, 화악산, 종남산 등 해발 1천m 안팎의 산들이 밀양 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쌌다.

김 주무관은 "밀양은 내륙이면서 도시가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며 "남쪽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가 산지로 둘러싸인 밀양 시내에 모여 여름철 기온이 다른 곳보다 더욱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시는 한때 "시내에 있는 기상청 무인기상관측소 주변에 건물 등이 들어선 후 밀양시 기온이 높아진 것 같다"며 관측소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내 다른 곳에서 기온을 측정해도 비슷한 값이 나오면서 관측소 이전요구는 없던 일이 됐다.

밀양시민들은 밀양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극서지(極暑地)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밀양시 전체가 더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경우 밀양시청 공보담당은 "밀양이 여름만 되면 가장 더운 도시로 자꾸 부각되는데 시원한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밀양 시가지를 벗어나면 얼음골, 표충사 계곡 등 시원하고 물이 깨끗한 곳이 많아 전국 곳곳에서 피서를 온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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