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무릎에 누워 듣던 이야기…전래동화 100년을 조명하다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8일 개막…최초 한글 전래동화집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전래동화는 민중에 의해 만들어진 모두가 주인인 이야기입니다. 좋은 전래동화에는 옛사람들의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전래동화는 아이가 커서 어른이 돼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다시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금도 어린아이들이 즐겨 듣는 흥부와 놀부, 효녀 심청, 바보 온달,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입에서 입을 통해 대대로 전승돼왔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여름방학을 맞아 8일 개막한 특별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 한글 전래동화 100년'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글 전래동화가 변화해 온 과정을 조명한 전시다. 한글 전래동화가 책으로 제작된 과정, 전래동화와 다른 문학 장르의 차이점, 전래동화가 주는 주된 교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188건, 207점의 자료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동화책이다. 1926년에 나온 최초의 한글 동화집인 '조선동화대집' 초판본, 육당 최남선이 서문을 쓰고 이상범이 삽화를 그려 1927년 출판된 '조선동화 우리동무', 박영만이 1940년 펴낸 '조선전래동화집', 조선총독부가 전국의 신화와 전설을 조사해 1913년 발간한 보고서 '전설동화조사사항' 등 희귀본이 공개됐다.
또 최남선이 1913년 발행한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 창간호와 옛날이야기 모집 광고가 게재된 '아이들보이' 2호도 선보인다. 붉은 저고리 창간호에는 "지금으로부터 1320년쯤 전에 만주와 평안도 땅을 차지했던 고구려라 하는…"으로 시작되는 현존 최고(最古)의 한글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가 남아 있다.
전시 1부에서는 이 같은 전래동화 작품집이 시간순으로 배열됐다. 글만 빼곡하게 실렸던 동화책이 큰 그림이 들어가고 글의 양은 줄어든 그림책으로 변하는 양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어 2부에서는 동화의 '글맛'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처럼 시간과 장소를 모호하게 처리하고, '착한 콩쥐와 못된 팥쥐'같이 선악 구도를 뚜렷하게 대비시키는 작법을 소개한다. 또 전래동화에 담긴 구체적인 정보가 점차 소멸하는 과정도 다양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아동문학가 방정환이 제시한 동화 작법도 읽어볼 수 있다. 그는 "동화는 아동들이 잘 알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온도 몇십 도라고 하면 아이들은 모르고, 덥다 덥다 못해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들어가도 덥다고 해야 아동은 더위를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복진이 1930년대 녹음한 구연동화 '혹 뗀 이야기'와 윤석중이 작사한 동요 '흥부와 제비'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마지막 3부는 효, 우애, 사랑, 지혜, 모험, 보은, 동물, 도깨비·귀신 등 전래동화가 전하는 8가지 메시지가 주제다. 전래동화 전집에서 뽑아낸 다양한 이야기를 그래픽,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이애령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동화책은 어렸을 때 많이 보지만, 성인이 되면 버리는 경우가 많아 자료를 모으기 어려웠다"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책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전래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뛰놀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는 진지하게 접근했다"며 "엄마가 아이와 함께 찾아와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2월 18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9월 20일까지 전래동화 관련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공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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