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력난속 절전령에 차이잉원 실내 긴팔옷 구설수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이 최근 태풍 피해와 폭염으로 전력수급 불안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실내에서 긴팔 옷을 입고 있는 사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8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6일 밤 실내에서 긴팔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자 대만 네티즌들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비난 댓글을 퍼부었다.
문제의 사진에서 차이 총통은 관저에서 긴팔 셔츠를 입은 채 최근 타이난(台南)에서 열린 U-12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야구 월드컵의 대만 대표팀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대만 누리꾼들은 즉각 차이 총통의 옷차림을 두고 "그렇게 춥도록 에어컨을 틀었던 것이냐", "다른 공무원에게는 절전하라더니…", "에어컨 온도는 28도로 맞췄나"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당초 천팅페이(陳亭妃·여) 민진당 입법위원에서 시작된 긴팔옷 논란이 차이 총통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천 위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제작한 부채를 들고 정부의 절전 방침에 솔선수범하겠다는 글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천 위원은 당시 긴팔옷을 입고 있었다.
대만 행정원은 최근 태풍으로 송전탑이 쓰러지고 변압기 과부하가 잇따르면서 전력수급에 차질이 예상되자 각 행정기관에 오후 1∼3시 사이에 에어컨 가동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와 기관들은 부랴부랴 선풍기 구매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절전 조치로 인해 공무원들이 더위를 먹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차이 총통의 사진이 올라온 다음날 타이베이의 낮 최고 기온은 38.5도로 올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 인해 전력사용이 급속히 늘면서 전력예비율이 사상 최저치인 2.34%를 기록, 전력공급 제한 조치 직전까지 갔다.
대만에서는 앞으로 11일까지 전력수급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뤄즈창(羅智强) 국민당 전 부총통 부비서장은 "차이 총통이 탈원전 정책 추진에도 전력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데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라고 말했다.
황중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은 네티즌들의 비판에 대해 "일부가 농담삼아 한 말일 뿐이고 인터넷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어서 특별히 논평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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