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만년설로 신장위구르 물대기' 갑론을박
"사막이 오아시스로" vs "생태계 파괴해 국가적 재앙"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은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의 하천수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건조지대로 공급하는 구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따르면 약 20명의 학자들이 지난달 말 신장위구르 행정소재지인 우루무치(烏魯木齊)에 모여 세계 3대 고원인 칭짱(靑藏)고원의 강물을 신장 저지평원으로 보내는 수로 전환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런췬뤄(任群盧) 신장재경대학 교수는 "시짱자치구 야루짱부(雅魯藏布)강 등에서 온 물로 사막과 건조지대를 오아시스와 농지로 변화시키고 (신장) 동부에 몰리는 인구 압력을 완화할 뿐 아니라 강 하류지역 홍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런 교수는 "신장지역 110㎢의 평야는 중국 동부의 평야 총면적과 맞먹지만 물 부족으로 7만㎢ 미만에서만 경작이 가능하다"며 "평야 전체를 녹지화한다면 중국이 또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짱 강물을 신장 및 네이멍구(內蒙古)로 끌어오는 방안을 지지하는 토목기술자 겸 투자상담가인 허싱린은 "사회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고 대중이 이런 계획을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구상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연계해 승인받게 되면 중국과 세계를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GT는 "수자원이 풍부한 중국 서남지방에서 건조한 서북으로의 물 공급은 기술자와 학자들의 오랜 꿈이었으나 일각에선 환경에 큰 타격을 입히는 악몽이 될 수 있다며 경고한다"고 전했다.
메이신위(梅新育)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연구원은 "신장의 지인들을 상대로 '자연을 변형시키려는' 구상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면서 "이 사업은 국가적인 재앙을 몰고 올 것이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류수쿤(劉樹坤) 중국수리수전과학연구원 교수는 "수로 전환을 통한 물 공급 계획이 티베트와 신장 양 지역의 생태계에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찬성하지 않는다"며 "인간, 야생동물, 환경이 평등하기 때문에 인간만의 이익을 충족시키려고 생태계를 파괴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후베이(湖北)성 스옌(十堰) 출신의 겅창성은 2014년 인터넷에 올린 구상에서 시짱 서남부 펑취(朋曲)강, 야루짱부강, 라싸강을 연결하는 1천400㎞ 길이의 터널을 만들면 신장의 타클라마칸 사막의 33만㎢ 면적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겅 씨의 제안에 많은 이가 호응했으나 1조1천억 위안(약 184조2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와 최소 20년의 공사기간이 걸림돌이다.
메이 연구원은 "신장의 지난해 지역총생산(GDP)이 9천억 위안(약 150조7천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전적으로 중앙정부 보조금 및 다른 지방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런 교수는 "생산과잉에 처한 중국에서 수로 전환 사업은 경제 자극 효과가 있으며 국가 총세입에 비하면 연 사업비는 얼마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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