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한 풀렸지만…"대법원 강제노역 소송 빨리 판결해야"
근로정신대 피해자·유족, 일본 전범기업 상대로 또 한 번 하급심 승리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70여년이 지나서야 시할머니의 원이 풀렸네요. 감개무량하고 오늘 산소에 찾아봬야겠습니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고(故)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씨는 8일 주름진 얼굴에 회한의 표정을 새기고 법정을 나섰다.
광주지방법원은 이씨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영옥(85) 할머니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3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씨는 법원 청사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서서 "어린 딸을 일본에서 떠나보낸 시할머니는 평생 죄책감에 이불조차 덮지 않고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했다"며 "오늘에서야 한이 풀렸다"고 말했다.
법원은 상속지분에 근거해 유족인 이씨에게는 위자료 약 325만6천원을, 생존 피해자 김 할머니에게는 1억2천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기존에 선고했던 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씨는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사죄해야 한다. 무심했던 우리나라 정부도 너무했다"고 마음 깊이 담았던 이야기를 꺼내놨다.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이상갑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하급심 재판부에서 판결 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2013년 하반기에 올라간 대법원 사건들은 만 4년이 되도록 계류 중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해결책 논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당사자들 노력으로 하급심 판결을 끌어내고 있는데 대법원도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은 모두 14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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