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가사키시, 피폭 한반도 징용자 3천400명 명부 슬쩍 폐기

입력 2017-08-08 10:38
日 나가사키시, 피폭 한반도 징용자 3천400명 명부 슬쩍 폐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대거 강제 연행돼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서 혹사당한 한반도 출신의 징용자 명부가 일본 지자체에 의해 폐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1948년 6월 나가사키 지방 법무국에 한반도 출신자 3천418명의 명부를 제출하고 미지급 임금 85만9천779엔(약 874만1천29원)을 공탁했다.

명부에 올라있는 한반도 출신자들은 원자폭탄 투하시 피폭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마이니치는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이런 공탁금은 일본 전체에서 17만5천221명분 1억2천756만엔(약 12억9천685만원)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피폭자에게 '피폭자 건강수첩'을 발부해 의료비, 간병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명부는 이 피폭자 건강수첩을 발부하는데 중요한 증거 자료다.

하지만 법무국은 1970년 이 명부가 보존기한이 끝났다며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법무성이 1958년 공탁 관련 서류를 보관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를 어기고 누군가가 명부를 없앤 것이다.

이 사실은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가 한국인 징용자 3명에 대한 피폭자 건강수첩 발부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수첩 발부가 거부되자 법무국에 문의했더니 명부 폐기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마이니치는 "피폭자로서 받을 권리를 일본이 빼앗은 것"이라는 이 단체의 비판을 소개하며 수첩 발부를 신청한 김성수(91)씨, 배한섭(94)씨, 이관모(94)씨가 이와 관련해 향후 이와 관련한 법적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피폭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에서 4㎞ 떨어진 조선소에서 일했던 김성수(91)씨는 "명부가 있었다면 건강수첩을 받을 수 있었다. 법무국과 미쓰비시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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