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에 담은 사회비판과 저항…김사과·권리 소설집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비슷한 시기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30대 여성 작가 두 명의 소설집이 나왔다.
2005년 단편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사과(33)는 7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더 나쁜 쪽으로'(문학동네)를 펴냈다.
첫 소설집 '02'에서 절망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와 폭력을 쏟아내 '실로 미쳐 날뛰는 일탈과 폭력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는 여전히 암담한 사회를 그리지만 저항 방식은 한층 차분해졌다.
소설집은 3부로 구성됐다. 표제작 '더 나쁜 쪽으로'를 포함해 네 편의 소설이 실린 1부는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려는 작가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 '비, 증기, 그리고 속도'는 외국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더 나쁜 쪽으로'는 분노를 폭력적으로 그려왔던 작가의 소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계기가 됐다. '지도와 인간'은 작품의 상당 부분을 영문으로 쓴 형식실험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2부는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스토리 속에 한국 사회를 비판한 작품들을 묶었다. 고시원에 살며 고급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함에서 옷을 주워 입던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박승준씨의 경우'와 고시원에서 인스턴트 카레를 먹으며 사는 인간혐오자가 혐오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카레가 있는 책상', 2070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6대째 세습에 이른 한국 재벌의 이야기를 담은 '이천칠십X년 부르주아 6대' 등 세 편으로 구성됐다.
마지막 3부는 작가가 쓴 시를 처음으로 소개한다. 각각 8편의 시로 구성된 '세계의 개'와 'apoetryvendingmachine'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216쪽. 1만2천원.
'폭식광대'(산지니)는 2004년 장편소설 '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권리(38)의 첫 소설집이다.
네 편의 단편소설들은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쓰인 소설들은 기묘한 분위기 속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녹여 넣은 블랙코미디들이다.
미술가 '장곡도'를 주인공으로 한 '광인을 위한 해학곡'은 사기에 가까운 그림들이 예술계의 신화가 되는 모습을 통해 예술에 대한 환상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거대한 해파리가 인천 앞바다를 공격하는 내용을 소재로 한 '해파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을 재조명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단식광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폭식광대'는 폭식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평범했던 남자는 폭식으로 유명인이 되면서 더욱더 많이 먹어야 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폭식광대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더는 아무도 그의 폭식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17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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