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12년 구형, 증거와 법리로 판결하기를

입력 2017-08-07 19:45
[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12년 구형, 증거와 법리로 판결하기를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수백억 원대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 심리가 7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기소된 지 160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 씨 측에 총 433억2천800만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박영수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 됐다. 4월 7일 첫 공판 이후 거의 주 3회의 강행군으로 53차례의 재판이 이어졌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첨예하게 상반된 입장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영수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경제계 최고 권력자와 정계 최고 권력자가 독대 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주요 정부부처 등이 동원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고 진행됐다"면서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 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박 특검은 또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허위 진술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해 "범행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점, 이 사건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이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인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특검이 '견강부회'를 하고 있다며 맞섰다. 변호인 측은 "특검은 공소사실이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소장엔 범죄 관여 사실이 없고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있다"면서 "정황증거와 간접사실을 모조리 모아봐도 공소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어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라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특검 주장이 법적 논증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5분가량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모든 게 제 탓"이라며 도의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저의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뭔가 부탁하거나 그런 기대를 한 건 결코 아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이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고 했다. 이 재판에 쏠린 국민의 높은 관심을 생각하면 그럴 만하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선고 공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검이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성 지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독대' 등에 관한 간접증거를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할지에 따라 1심 판결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부회장 재판을 하면서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법정공방 못지않게 치열한 여론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제 결심공판이 마무리됐다. 양측 모두 재판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도 여론 동향 등 외풍을 의식하지 말고 철저하게 법리와 증거에 근거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대법원의 규칙 변경에 따라 TV나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부분도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인격권 등을 세심히 살펴 재판부가 현명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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