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업 3천 곳 '급전 지시', 전력공급 안심해도 되나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약 3천 개 기업에 전력사용 감축을 지시했다고 한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12일에 3시간, 7월 21일에 4시간의 '급전 지시'를 했다. 급전 지시란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전력사용 감축을 지시하고 적정한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사용을 줄이는 게 필요 이상의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2014년 11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3천195개 기업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각각 450여 곳(7월 12일)과 2천500여 곳(7월 21일)에 지난달 급전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7월 12일 급전 지시는 일부 발전기가 고장 난 데 따른 것이고, 7월 21일 급전 지시는 전력수요가 작년 하루 최대 수요인 8만5천180㎿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해 내려졌다고 전력거래소는 설명했다. 거래소 설명대로라면 이번 두 차례의 급전 지시는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 거래소 전력시장운영규칙에는 ▲전력수급 경보 '준비단계' 혹은 '관심 단계'에 해당하거나 예상될 때 ▲전력수요 예측값이 직전년 전력수급대책 기간의 계통 최대전력을 갱신하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할 때 ▲수요예측 오차 및 대규모 발전기 고장으로 전력 부하 감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급전 지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전에도 2014년 12월 18일, 2016년 1월 28일, 8월 22일 등 3차례의 급전 지시가 발동됐다.
정부가 규칙대로 급전 지시를 내렸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추진하면서 반대 진영에서는 장기적으로 전력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온 게 사실이다. 탈원전 찬반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생산공정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비공개로 급전 지시를 내린 것은 오해를 살만하다.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전력 예비율이 위험수위인 한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고 정부가 기업의 전력사용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급전 지시 사실을 바로 알리고 제대로 설명했다면 정부의 신뢰도 높아지고 오해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폭염 속에서도 전력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홍보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열흘 새 두 번이나 급전 지시를 내린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급전 지시가 내려진 7월 21일 전력공급 예비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12.1%였다. 급전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으면 예비율이 10.1%로 떨어질 수 있었고, 전력 사용량이 조금만 더 늘었으면 한 자릿수로 내려갈 수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2029년까지 평균 전력 예비율 목표치를 22%로 잡고 있다. 그 정도의 전력 예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 전력수급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개연성이 있다면 전력공급이 안정적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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