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오명' 파푸아뉴기니 내 호주 시설서 난민 또 사망

입력 2017-08-07 17:29
'학대 오명' 파푸아뉴기니 내 호주 시설서 난민 또 사망

'정신병력' 20대 이란인 남성…스스로 목숨 끊은 듯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내 호주 역외 난민시설에 수용 중이던 이란인 난민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20대인 이 난민은 마누스 섬의 시설 밖에서 다른 난민에게 발견됐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호주 언론이 7일 보도했다.



한 이란인 수용자는 트위터를 통해 "난민시설 운영업체가 사망한 남성이 정신병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호주 당국이 사실상 죽음을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자신의 이름을 베흐루즈 부차니라고 밝힌 이 수용자는 고인이 오랫동안 아팠고, 동료 난민 약 100명이 8개월 전 이민부 측을 상대로 치료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도 했다며 "호주는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망한 남성은 종종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발견됐으며, 4일 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녹색당의 닉 맥킴 연방 상원의원은 이번 죽음은 정부의 끔찍한 잘못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민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도 이번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며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인권법센터에 따르면 2013년 마누스 섬의 역외 난민시설이 다시 문을 연 이래 이번까지 5명이 숨졌다.

파푸아뉴기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오는 10월 이 시설은 완전히 폐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설 운영업체 측이 수도와 전기를 끊으며 수용자들을 임시 거처로 이동시키려 하지만, 수용자들은 안전을 이유로 옮기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호주는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은 두 역외시설 내 광범위한 학대와 함께 자해, 정신질환 발생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호주 정부를 비난해왔다.

호주는 보트피플(선상난민)을 절대로 받을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이들을 인근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과 나우루 공화국의 수용시설에 보내 왔으며, 난민으로 확인되더라도 호주 정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마누스 섬에는 약 800명의 남성이 수용돼 있고, 호주와 미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이들 수용자 중 일부는 미국에 재정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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