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투기지역 지정 된서리…'부동산 냉탕' 청주 풍선효과?
미분양 3천460가구, 내달 2천가구 추가 분양…공급 과잉 지속
시장 변화 감지 안돼…'세종 블랙홀' 완화 기대속 전망 엇갈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세종시의 투기지역 지정으로 주변 지역이 들썩이는 '풍선효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오랫동안 부동산 침체기를 겪고 있는 청주에서는 아직 별다른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근거리에 있는 청주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세종과는 사뭇 달랐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너무 많아 지난해 10월 17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세종시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청주 흥덕구 오송에서 지난 6월 말 970여 가구 분양에 나선 한 아파트는 지난달 말까지 900가구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세종시가 펄펄 끓는 '열탕'이라며 청주는 부동산 한파 속의 '냉탕'으로 비유됐다.
이 때문에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가수요가 대전과 청주 등 주변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청주에서는 별다른 분위기가 감지 되지 않고 있다.
흥덕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에도 아파트 매입 문의는 거의 없다"며 "규제에 묶인 세종시의 부동산 가수요가 청주로 몰려 아파트 가격을 들썩이게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청주의 미분양 아파트와 공급대기 물량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가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1천200여 가구 규모였던 청주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달 말 현재 3천460가구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9월을 전후해 청주 동남지구와 청주 테크노폴리스 등에서 2천 가구에 육박하는 신규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쌓이는 물량을 고려하면 당장은 청주에서 세종시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기적인 청주 아파트 시장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청주의 실수요자까지 흡수하던 '세종시 빨대 현상'이 완화됨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부동산 중개업자 윤모씨는 "세종시가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청주의 아파트 실수요자까지 빨아들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투기지역 지정으로 아파트 가격 인상에 따른 차액 실현이 쉽지 않게 된 만큼 세종시에 대한 청주 주민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실수요자까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종시 풍선효과로 청주 부동산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린 만큼 투기성 부동산 거래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 변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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