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은 1991년 기술가치로 줄잡아도 1천200만 달러짜리"

입력 2017-08-07 14:33
"아이폰7은 1991년 기술가치로 줄잡아도 1천200만 달러짜리"

3년 전 아이폰5는 300만 달러 환산…"무어의 법칙 아직 살아있다"

"기하급수적 기술 혁신에 걸맞은 각 분야 정책 혁신 필요"그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아이폰7을 가진 사람은 1991년의 기술 가치로 환산하면 줄잡아도 1천266만 달러(143억 원)짜리 기계를 들고 다니는 셈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인터넷, 통신, 기술분야 객원 연구원 브렛 스완슨은 4일(현지시간) AEI 웹사이트 글에서 지난해 가을 산 자신의 아이폰7의 128GB 플래시 메모리, A10 프로세서, 4G LTE 무선통신을 25년 전인 1991년 구비하려면 각각 576만, 360만, 330만 달러가 들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를 합하면, 1991년에 지금의 아이폰7을 만들려면 1천266만 달러가 들게 된다. 이것은 값을 매기기 쉽고 시간상으로 비교하기 쉬운 세 종류의 구성품만 본 것이고, 카메라,화면,램(RAM), 미세전자제어기술(MEMS)의 관성측정장치들을 비롯해 아이폰에 들어있는 다른 놀라운 기술들 가치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스완슨은 사실 3년 전인 2014년에도 아이폰5S 32기가를 갖고 1991년 값으로 환산, 356만 달러짜리라고 계산했었다.

당시 그는 1991년 1기가 플래시 메모리값은 4만5천 달러이거나 그보다 좀 높았을 것으로 보고 '4만5천 달러 × 32 = 144만 달러'로 계산했다. 여기에 A7 프로세서 62만 달러, 무선통신 150만 달러를 합해 356만 달러가 나왔다.

그는 "1991년엔 아무리 돈을 들이더라도 아이폰 크기는커녕 냉장고 크기에도 이들 요소를 한꺼번에 집어넣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제쳐놓고" 이런 계산을 했다.

스완슨은 아이폰의 1991년 환산 가치가 3년 사이에 300만 달러에서 1천200만 달러로 4배 뛴 것에 대해 "공교롭게도 무어의 법칙과 일치한다"며 "무어의 법칙이 이제 둔화했다거나 폐기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런 비용-성능비의 개선 속도로 미뤄 무어의 법칙은 최소한 아직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경험론적 법칙이다.

스완슨이 3년 전 아이폰 값을 "재미삼아" 1991년 값으로 환산해본 것은, 당시 한 기자가 미국 전자제품 소매업체 라디오쉑의 1991년 광고를 토대로 라디오쉑에서 파는 컴퓨터, CD플레이어, 전화, 전화 응답기, 비디오카메라 등 13종의 전자기기 총 3천 달러치가 이보다 싼 값에 아이폰에 통합돼 있는 셈이라고 기사를 쓴 게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론 300만 달러가 훨씬 넘는데도 사람들이 3천 달러 가치로 계산하면서 그것에도 놀라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 "기하급수적 사고"를 하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혁신맹(innovation blindness)'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가 경제 분야를 비롯해 각종 정책을 세울 때 오늘의 기술만을 토대로 사고하면 최적이 아닌 차적의 정책이 나올 뿐 아니라 놀랄 만한 혁신을 이루는 길을 닫아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교육분야의 경우도 대부분의 교육정책이 150년 된 교육 모델을 신성시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이미 붕괴한 교육체계에 돈을 쏟아붓느라 새로운 교육 실험을 할 기회를 막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벤처 자본가 마크 앤드리슨의 말을 인용, 지난 20년간 구글, 위키피디아, 칸 아카데미(학업 수준별 무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 서비스), 울프럼 알파(인공지능을 통해 검색된 정보를 그냥 나열하지 않고 재분석한 지능형답변을 제공하는 신개념 검색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분야 혁신이 교육에 거대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며, 인터넷·기술분야를 비롯해 건강, 에너지, 재정 등 모든 분야에서 정책을 만들 때 혁신의 힘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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