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폴크스바겐 유착설…사민당 의원 정책연설 누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내달 독일 총선을 앞두고 현지 주요 정치인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VW)의 유착설이 제기됐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최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 소속 슈테판 바일 니더작센 주 총리가 2015년 10월 VW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과 관련한 의회 연설을 하면서 VW 측의 요청으로 비판의 강도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바일 총리가 사전에 연설문 초안을 VW 경영진에게 보여줬고, VW 측이 자사에 비판적인 부분을 다소 부드럽게 수정했다는 것이다.
바일 총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VW 측에 연설문에 담긴 법적 문제와 사실관계의 정확성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빌트가 제기한 의혹을 6일(현지시간) 부인했다.
그러나 바일 총리는 VW과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사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기독민주당의 라이벌 정당으로, 내달 24일 총선에서 총리직 4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과 맞붙게 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의혹은 총선에서 사민당에 정치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다봤다.
최소한 독일에서 가장 큰 주 가운데 하나인 니더작센주 선거는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니더작센주 인구는 독일 전체 인구 8천200만 명의 거의 10%를 차지한다.
당장 녹색당의 쳄 외츠데미어 당수는 "바일 총리의 정책연설이 VW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면 이는 우리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기민당은 사민당을 비판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젤 스캔들은 VW에서 BMW와 다임러 등 다른 독일 자동차업체로 확산했는데, 기민당 역시 자국 자동차 업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더욱 강경한 조처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독일 산업의 핵심이다 보니 메르켈 총리는 물론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도 관련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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