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첫 여성대통령 나오나…할리마 국회의장 출마선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수민족 출신 여성이 처음으로 출마선언을 해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리마 야콥(여 62) 싱가포르 국회의장이 다음 달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할리마 의장은 "지난 40년간 나는 공직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해왔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내가 싱가포르 국민을 위해 계속 봉사하는 길"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유지해온 국회의장직은 물론,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중앙집행위원 자리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유리 천장을 깨고 첫 여성 국회의장이 된 할리마가 대선 문턱을 넘으면 싱가포르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인도-말레이계인 할리마 의장은 소수민족 배려 차원에서 처음으로 말레이계에게 주어진 대통령 단독 입후보 권한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다. 그러나 인종별 인구 구성비를 보면 중국계가 74.7%로 절대다수이고, 말레이계는 13.6%, 인도계는 8.9%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다수인 중국계의 영향력이 당락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1991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이후 3명의 대통령 가운데 2명이 중국계였다. 나머지 1명은 타밀게 셀라판 라마나탄 나탄 대통령이었다.
간선제 시절 말레이시아계인 초대 유소프 빈 이삭 대통령, 유라시아계 2대 벤저민 시어스 대통령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이민 온 데반 나이르가 3대 대통령을 지냈던 것과 달리, 직선제 도입 이후 중국계 집중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지난 5차례의 임기 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소수인종 그룹에 차기 대통령 후보를 단독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쳤다. 이에따라 올해 선거에서는 말레이시아계에 단독 입후보 권한이 주어졌다.
한편, 영국식 의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싱가포르에서 실권을 쥔 행정 수반은 총리지만, 대통령도 재정지출 등에 개입해 내각을 견제하고 대법원장 및 대법원 판사, 검찰총장, 군 참모총장, 경찰청장, 부패행위조사국장 등 주요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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