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는 시리아 내전…유엔 조사위원도 "무기력" 사임(종합)
화학무기·소수민족 학살·민간인 폭격 등 전범조사 손떼
카를라 델 폰테 위원 "정치적 지원 없어 조사위가 아무것도 못 해"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5년 가까이 시리아 내전의 전쟁범죄를 조사해온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의 카를라 델 폰테(70) 위원이 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임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델 폰테 위원은 조사위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수일 내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 폰테 위원은 이날 스위스 일간지 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포기한다"며 "사직서를 이미 썼고 며칠 내 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반인륜적인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그 반대편은 극단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로 이뤄졌다"며 "시리아 내전에서는 모두가 악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델 폰테 위원은 스위스 법무부 장관을 거쳐 유엔의 전쟁범죄 기소 검사로 르완다와 전 유고슬라비아의 전쟁범죄를 파헤치며 이름을 떨쳤다.
시리아 내전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이후 시리아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와 전쟁범죄를 조사해왔다.
델 폰테 위원은 2012년 9월부터 조사위에서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을 겨냥한 종족학살, 구호단체 호송차량에 대한 폭격 등의 조사에 참여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유고나 르완다에서도 시리아 내전에서 자행된 수준의 범죄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 관해 10여 차례 보고서를 냈으나 조사위원들의 시리아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관계자 인터뷰나 현장 사진, 진료 기록을 비롯한 문서에 의존해왔다.
조사위는 시리아 내전의 전쟁범죄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수차례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지만, 안보리는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은 시리아 전쟁범죄 기소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신설하지만 6년 반가량 이어진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를 심리할 재판부가 설치될 기미도 전혀 없는 상태다.
델 폰테 위원은 "조사위를 지원하는 정치적 의지가 전혀 없다"며 "유엔 안보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상 나에게는 힘이 없다. 시리아를 위한 정의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사임 소식에 시리아 조사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그의 기여와 "정의를 위한 그의 개인적인 노력과 개입"에 감사를 표시했다.
델 폰테 위원의 사임으로 그동안 3명의 조사위원이 꾸려온 조사위에는 이제 브라질의 파울루 피네이루, 미국의 캐런 코닝 아부자이드 등 위원 2명만 남겨졌다.
만 6년이 넘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는 10만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숨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기구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내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점인 2011년 3월 중순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33만1천765명이며 이 중 민간인은 9만9천617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고 최근 밝혔다.
민간인 중에서도 어린이는 1만8천243명, 여성이 1만1천427명으로 집계돼 민간인의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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