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이긴 김인경,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 제패(종합3보)
5년 전 30㎝ 우승 퍼트 실패 아픔 씻어…시즌 3승으로 다승 1위
시즌 상금 100만 달러 돌파 '제2의 전성기'
"2타 차로 쫓긴 사실 알았으나 침착하게 파를 지키려 했다"
(파이프<스코틀랜드>·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권훈 기자 = '오뚜기' 김인경(29)이 5년 묵은 메이저퀸의 한을 마침내 풀었다.
김인경은 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천69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조디 유와트 섀도프(잉글랜드)를 2타차로 따돌린 김인경은 시즌 세번째 우승으로 다승 1위에 나서며 제2의 전성기 도래를 알렸다.
김인경은 6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작년 레인우드 클래식에 이어 올해 숍라이트클래식, 마라톤 클래식과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2시즌에 4승을 쓸어 담았다.
우승 상금으로 50만4천821 달러(약 5억6천842만원)를 받은 김인경은 시즌 상금이 108만5천893달러로 늘어나 2013년 이후 4년 만에 시즌 상금 100만 달러 클럽에 복귀했다.
김인경은 특히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대회에 올려 기쁨이 더했다.
김인경은 "아무래도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응원해주신 분이 많아서 부담을 받았는데 그런 걸 좀 이겨내니까 우승하게 되고 또 우승 몇 번 하니까 메이저대회 우승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인경은 2012년 당시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30㎝ 우승 퍼트를 놓쳐 메이저대회 첫 우승 기회를 날린 아픔을 씻어냈다.
김인경은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때 짧은 퍼트를 놓친 덕에 이제는 짧은 퍼트는 거의 놓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AP를 비롯한 외국 언론은 모두 김인경이 5년 전 '악몽'을 이겨냈다고 보도했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수집한 트로피는 12개로 늘어났다. 2015년에 세운 최다승 기록(15승) 경신에 녹색 신호등을 켰다.
메이저대회에서만 한국 선수가 3승이나 쓸어담아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시즌 4승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6타의 넉넉한 차이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인경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차근차근 우승을 향해 나아갔다.
전날까지 김인경을 선두로 끌어올렸던 무더기 버디는 이날은 나오지 않았다. 버디 퍼트가 살짝살짝 홀을 외면했다. 대신 페어웨이나 그린을 놓치는 실수가 거의 없었다. 더러 그린을 벗어나도 손쉽게 파를 지켰다.
1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옆 1m에 붙여 기분 좋은 버디로 경기를 시작한 김인경은 빗줄기가 강해진 8번홀(파5)에서 이날 두 번째 버디를 잡아내며 순항했다.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9번홀(파4)에서 김인경은 먼 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서 2m를 남긴 데 이어 파퍼트를 놓쳤다. 44홀 만에 나온 김인경의 보기는 추격하던 선수들에게 빌미가 됐다.
김인경이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에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은 새도프가 3타차까지 따라왔다.
9타 뒤진 공동7위로 4라운드에 나선 섀도프는 17번홀(파4)에서 8번째 버디를 챙겨 2타차까지 좁혀 긴장감이 감돌았다.
17번홀은 버디보다 보기가 훨씬 많이 나온 4라운드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다.
2타차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김인경에게도 17번홀은 승부처였다.
김인경은 맞바람이 부는 가운데 179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탄도 높은 컷샷을 구사한 끝에 홀 3m 옆에 볼을 떨궜다.
버디 퍼트는 아쉽게 홀을 비켜갔지만 무난하게 파를 지켜내자 연습장에서 연장전을 대비하던 섀도프는 어깨가 처졌다.
경기 내내 결연한 표정이던 김인경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에야 미소를 띠며 갤러리의 응원에 답례를 보냈다.
이번에도 4m 버디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다. 미소를 띤 채 김인경은 한 뼘 거리 파퍼트를 마크 없이 그대로 툭 쳐서 집어넣었다.
김인경은 "코스 곳곳에 리더보드가 많아서 2타차까지 쫓긴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침착하게 파를 지켜나간 게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인경과 같은 한화 그룹 후원을 받는 신지은(25)이 5언더파 67타를 때려 6위(12언더파 276타)를 차지했다. 신지은은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톱10에 입상했다.
이날 4타를 줄인 김효주(21)도 공동7위(11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앞선 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던 김효주는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라운드에서 64타를 몰아쳤던 박인비(29)는 1타도 줄이지 못해 공동11위(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성현(24)은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공동16위(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은 1오버파 73타로 부진, 공동43위(4언더파 284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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