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궁지에 몰린 스냅의 운명…"구글 품으로?"

입력 2017-08-06 02:59
[실리콘밸리 리포트] 궁지에 몰린 스냅의 운명…"구글 품으로?"

구글, 스냅챗 300억弗 인수 의사 타진…페이스북 고사 작전에 스냅 직원·투자자 동요

"27세의 카리스마 리더 스피걸 CEO의 선택이 관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세상만사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실리콘 밸리 IT 세계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던 스타트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가 하면, 별 시선을 끌지 못했던 기업이 의외의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는 곳이 이곳 실리콘 밸리다.

최근 '실리콘 밸리 불가측성'의 최대 화제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의 모기업 스냅이다.

순간 사라짐이나 다양한 동영상 기능 등으로 인해 미국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스냅챗이 최근 들어 경쟁자인 페이스북의 고사 전략(스냅챗 고유 기능을 모방해 더 업데이트된 기능으로 이용자를 공략하는 방식)에 말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기업공개 당시 공모가는 17달러였고, 첫 거래에서 28달러를 넘어섰던 스냅 주가는 4일 장 마감 기준으로 12.45달러를 기록했다. 시총 규모는 대략 140억 달러 수준이다.



스냅의 에번 스피걸 최고경영자(CEO)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스냅은 여러 번의 인수 합병 기회가 있었다. 2014년에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스피걸에게 30억 달러(약 3조4천억 원)에 스냅챗을 넘기라고 제안했다. 스피걸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고 이후 스냅챗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 청소년층을 파고들었다.

한창 스냅챗이 잘 나가던 때인 지난해 5월에는 구글이 약 300억 달러(33조4천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4일 보도했다. 당시 스냅은 시리즈 F 투자를 받기 직전이었다. 이때 스냅챗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로 평가됐다. 구글이 100억 달러의 웃돈을 주고 사들이려 했던 것이다.

이 엄청난 금액도 스피걸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구글은 포기하지 않고 올해 초 기업공개 직전까지도 인수 협상에 착수할 것을 타진했다고 한다.

최근 스냅 직원들은 차라리 구글에 회사가 넘어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고 한다.

스피걸이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CEO인 것은 사실이지만, 페이스북이라는 공룡을 상대로 한 싸움은 너무 무모해 보이기 때문이다. 1억6천만 명대의 이용자 수는 지난 분기 이후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현재 2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갖고 있다.

스냅 주가의 하락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는 투자자들 조차도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스냅 인수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을까.

구글은 스냅을 인수해 글로벌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와 통합시킬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간 720억 달러에 달하는 TV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의 장악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스냅챗 이용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30분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이용자는 평균 1시간가량을 모바일 앱을 통해 비디오를 시청한다.

반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뉴스피드를 통해 비디오를 보는 시간이 평균 3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략 15억 명의 월간 이용자를 가진 유튜브가 가장 구매력이 높은 연령대인 10대와 20대 초반의 충성스런 스냅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면, 온라인 광고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는 것이 구글의 계산법인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구글이 최근 스냅의 주가 하락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나온다. 어려움에 빠져 있는 스냅에 구글의 인수 제안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구글의 스냅 인수 카드는 유효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27세의 '독불장군' 스타일인 스피걸 CEO가 회사를 매각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는 매우 독립적인 인물로 실리콘 밸리의 거품을 벗어나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2천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불안과 우려가 고조된다면 이를 타개할 획기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스피걸의 선택 폭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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